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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워런 버핏은 운 좋은 바보다?

by 예문당 2010. 6. 24.
                <출처 : Flickr>

네로 튤립은 자산운용업계에서 매우 보수적으로 거래하는 트레이더입니다. 덕분에 실적이 나쁜 해는 거의 없지만 큰돈도 벌지 못합니다. 네로의 집 건너편에는 하이일드채권의 트레이더인 존이 삽니다. 존은 네로와는 거래 스타일이 다릅니다. 존은 네로보다 훨씬 큰 부자이고 지적 수준은 떨어지나 그의 재력을 과시하기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존은 뛰어난 실적으로 자신만만해 하며 실적이 그보다 못한 네로를 무시합니다. 네로는 질투심으로 고통 받지요. 몇 해 후, 네로는 자존심을 회복합니다. 존은 회복할 수 없는 큰 손실을 내고 해고당합니다. 

솔론은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에게 다음과 같은 경고를 남깁니다. 솔론은 새옹(塞翁)의 고사를 알고 있었던 듯 합니다.
"온갖 상황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불행을 돌아보면, 우리는 현재의 기쁨에 자만해서도 안 되고, 언제든 바뀔 수 있는 행복을 보고 감탄해서도 안 되는 법입니다. 수없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는 불확실한 미래가 아직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신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을 허락한 사람에 대해서만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요."

2001년 9월 11일. 저는 예비군 동원훈련을 받기위해 의정부 어느 계곡에서 야영 중이었습니다. 조교에게 부탁해 전화를 얻어온 예비군 동료가 통화하다가 여객기가 빌딩에 충돌해서 건물이 무너졌다고 하더군요. 그 건물이 WTC라고 합니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죠. 하지만 곧 진실임이 밝혀지고, 3일 후,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보유한 주식을 확인해 보니 모두 반의 반 토막이 난 상황이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사건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탈랩'행운에 속지마라'는 세상의 많은 투자가, 트레이더들이 그들의 성공은 자신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운이 좋아 성공한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출중한 능력으로 성공하였다고 착각한다고 합니다. 몇 번의 행운이 찾아온 이후, 단 한번의 손실로 그들은 소리 소문 없이 그 바닥에서 사라집니다. 탈랩은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 버핏도 단지 운이 좋은 사람이라 얘기합니다. 그리고 각종 언론에 컬럼 및 전망을 내 놓는 언론인, 애널리스트, 컬럼니스트도 잘난척하는 멍청이라 치부합니다.

운으로 성공하지만 지난 후에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안철수 교수님이 말씀이 생각나는군요. "성공한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글에는 성공한 후 억지로 논리를 끼워 맞추는 경우가 많다." 후견지명 효과이죠. 모든 사건 발생하고 난 후 트레이더, 언론에서는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떠들어 대지만 실제 그들의 예상은 빈번히 빚나가기 일쑤이죠.

사람들은 과거에서 배우지 못합니다. 과거에서 배운다고 하더라도 이전에 세운 가설은 '희귀 사건' 한 번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탈렙은 '검은 백조'를 예를 들며 귀납법의 문제를 얘기합니다. 당신이 여태껏 보아 온 모든 백조가 흰 백조라고 해도 세상의 모든 백조가 흰 백조라는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단 한마리의 '검은백조'가 나타난다면 그 생각이 옳지 않았음이 밝혀지는 것이죠. 200년전 만해도 비행기가 빌딩을 들이받아 무너지는 사건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확률에 대해 밝지 못하다고 탈렙은 말합니다. 

탈렙은 책에서 매우 다양한 소재를 다룹니다. 그래서 뭐라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어렵군요. 서문에서 밝혔듯이 탈렙의 글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개성대로 글을 써내려가지요. 그동안 편하게 책을 보아온 독자에게는 책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역자도 옮긴이의 말에서 탈렙의 글은 난해하여 번역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마지막으로 네로의 이야기를 더 할까 합니다. 네로는 사무실로부터 주말을 보내는 별장까지 이동하는 다섯 시간을 줄이기 위해 헬리콥터 조종 면허를 땄습니다. 네로는 투자에 대해서는 그토록 확률을 의식하며 살았지만 헬리콥터라는 운송 수단이 주는 위험 확률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못 했나 봅니다. 바람 부는 어느 날 네로는 공원 근처에 추락합니다. 마침내 검은 백조가 찾아 온 것이죠.

- 책 쟁 이 -
행운에 속지 마라 - 6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이건 옮김/중앙books(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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