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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야기

왜 청소년들은 노스페이스 패딩을 구매하는 것일까?

by 예문당 2012. 1. 19.




잠시 아빠와 딸의 대화를 들어 보죠.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보니 미래가 신발을 자랑하며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래 : 아빠, 다녀오셨어요?

아빠 : 그래. 우리 미래가 오늘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 보네?

미래 : 예, 제가 그동안 모아둔 용돈으로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하나 샀어요.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몰라요.

아빠 : 어디 한 번 보자. 다른 운동화랑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가격은 얼마나 하니?

미래 : 이게 얼마나 특별한 운동화인데요. 가격은 좀 비싸도 다른 운동화하고는 차원이 달라요.

엄마 : 말도 말아요. 이 운동화 사느라고 오늘 3시간을 헤매고 다녔답니다. 매장 점원이 더 싸고 좋은 다른 운동화를 추천했는데 한사코 이걸 사겠다고 온 동네를 헤매고 다녔어요.

미래 : 에이, 엄마. 그래도 제가 모은 용돈으로 어쩌다 한 번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아빠 : 그동안 고생해서 모은 돈으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샀다고 하니 아빠도 기분이 좋구나. 그런데 하나만 물어보자. 너는 왜 나이키 운동화를 샀니?

미래 : 멋지잖아요. 친구들도 모두 좋다고 하고 TV에도 자주 나오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축구선수가 이 운동화를 신은 모습을 봤거든요.

아빠 : 그럼 넌, 나이키라는 회사의 마케팅에 의해서 구매를 하게 된 것이구나.

미래 : 마케팅이요? 그게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몰라도 저는 제가 결정해서 이 운동화를 산 거예요.

아빠 : 물론 맞는 말이야. 하지만, 네가 그 제품을 선택하기까지는 너도 모르는 신발회사의 상당한 마케팅 작업이 있었단다.

미래 : 정말요? 그럼 마케팅은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판매자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인가요?

아빠 : 와, 이해력이 놀라운데? 마케팅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하기 위해 벌이는 모든 활동을 말해.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코틀러는‘마케팅이란 물건이 스스로 팔리게 하는 행위’라고 말했어.
그러니까 네가 이 운동화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회사가 펼치는 TV나 신문을 활용한 광고, 유명스타에게 같은 옷이나 신발을 입히는 스타마케팅, 각종 세일행사 등이 모두 포함된단다.

미래 : 와, 신발 하나 파는데 그렇게 많은 마케팅이 숨어 있는지 몰랐어요. 물건이 스스로 팔리게 하는 행위가 마케팅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 거죠?

아빠 : 아까 들어보니 판매사원이 다른 제품을 권했는데도 너는 한사코 나이키를 고집했다고 했잖니?

미래 : 네, 맞아요. 저는 이 운동화를 꼭 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누가 설득해도 절대로 안 넘어갈 자신이 있었어요.

아빠 : 하하, 바로 그거야. 누가 권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케팅의 매력이란다.

                                         -   '너는 왜 나이키 신발을 샀니?' <아빠, 경영학이 뭐예요?> 중에서 -

딸이 꽤나 비싼 유명 브랜드의 운동화를 구입했나 봅니다. 왜 딸은 그 운동화를 고집했을까요? 아빠는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선택하게 하는 마케팅에 대하여 딸에게 설명합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알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각종 미디어에 자신들의 제품을 광고합니다. 또는 '티핑 포인트'에서 말하듯이 '선도자' 그룹에게 제품을 무상 제공하여 일반인들에게 확산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외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끊임없이 간섭하며 자신들이 제품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죠.

요즘 청소년들에게 속칭 '교복'이라 불리는 노스페이스의 옷이 사회적 이슈입니다. 20~70만원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입고 다니는 옷의 가격대별로 서열화가 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죠.

사실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청소년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어느 어머니 모임에서 아이들이 노스페이스 패딩 사달라고 조르는 것을 가지고 한참 이야기하고 나서 계산을 하려고 지갑을 꺼내보니 어머니들 모두 LV지갑을 사용하고 있더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제가 활동하던 한 인라인 동호회에서는 오클리 고글에 노스페이스 의상은 기본이었습니다. 

지금은 마치 큰 사회적 문제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회자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일들이 반복되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특정 제품을 너나할 것 없이 구매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특수한 또래 문화가 많이 작용합니다만, 그 뒷면에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알리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기본이 되었겠지요.

오늘날 청소년들이 노스페이스 패딩을 너나할 것 없이 입고다니는 모습에 개탄할 것이 아니라 장차 그들이 기업의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고 똘똘하고 소신있게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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