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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건강 이야기

'우리집 건강식탁' 연재를 시작합니다.

by 예문당 2012. 5. 3.

<우리집 건강식탁 프로젝트>를 출간하며 우리집 '건강 식탁'이란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약식동원을 아시나요?

건강을 지키는 일이 미덕이 되어버린 요즘입니다. 부모님 세대만 해도 배부르고 맛있는 식사 한 끼면 하루가 행복해지는 시절이었다지만, 요즘은 20대 젊은이들도 영양제 한두 가지 정도는 챙겨먹을 정도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지요.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하고, 그래야 삶에 활력이 생길 터이니 이런 현상을 바람직하다고 봐야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영양제’가 문제입니다. 무수히 많은 종류의 것들이 일종의 ‘건강기능식품’이란 부제목을 달고 우리의 건강을 완벽하게 지켜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처럼 퍼지고 있으니 여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영양제’의 기능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걱정스러운 건 이들이 우리의 ‘건강한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말에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풀이하자면, 약이라고 불리는 성분이나 우리가 먹는 식품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입니다. 설탕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금은 누구나 설탕이 식품의 한 종류이며, 여러 음식에 포함되어 있고 또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대에는 설탕이 약으로 쓰였습니다. 고대 그리스도 교회에서는 부활절을 앞두고 단식을 하는 종교적 예절이 있었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이때 물 이외에 다른 음식은 먹지 못하게 하면서도 설탕만은 먹도록 허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설탕은 약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설탕이 매우 귀했기 때문에 구하기도 어렵고 또 가격도 몹시 비쌌습니다.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병사들이 지치고 다쳤을 때 가장 먼저 처방해주는 약이 설탕이었습니다. 설탕은 체내에서 빨리 흡수가 이루어지고 원기를 빠르게 회복시키기 때문에 지치거나 다친 병사들에게 가장 먼저 설탕 한 숟가락을 먹이면 고통을 잊고 마음이 평온해져 금세 몸이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지요. 병사들은 너도나도 빨리 설탕을 먹길 원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신대륙 발견 이후 설탕농장이 생겨나고, 설탕을 대량으로 생산하여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단 것을 너무 많이 먹어 당뇨병에 걸릴 정도가 되었으니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어쨌거나 오늘날에는 설탕을 약이 아니라 식품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풍요롭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도 그런 예는 찾아볼 수 있지요. 늦봄이면 매실로 진한 액을 만들어 두었다가 배탈이 나거나 배가 아프거나 속이 쓰리고 할 때 한 스푼을 타 먹으면 속이 상당히 편해집니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몹쓸 감기를 예방하거나 초기에 치료하기 위해 배와 파 등을 꿀에 재워 먹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아이를 낳은 후 미역국을 먹이거나 잉어를 고아 먹는 생활 습관들도 오래 전부터 내려오고 있습니다. 약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식품 자체가 약으로 쓰이는 거죠. 그렇게 ‘약과 식품의 근원은 같다’라는 뜻에서 약식동원이란 말을 쓰게 된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약’이라고 분류한 것들은 엄밀히 보면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식품 속에서 유용한 성분들을 따로 분리한 뒤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유용한 성분만 분리를 해서 사용하다 보니, 좋은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효과들도 드물게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과학자들이 유용하다고 하여 그 성분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성분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용한 성분이 다른 성분들과 천연적으로 가장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식품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지요.
맞습니다. 우리는 밥상에 여러 가지 식품들을 차려놓고 먹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 몸에 유용한 약을 먹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약식동원’의 의미를 확실하게 아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겨울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방 안에만 머물려고 합니다. 활동량도 부쩍 줄어들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그저 귀찮기만 합니다. 이런 현상은 젊은이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계절만 바뀌어도 이렇게 사람의 활동 패턴이 바뀌는데, 나이가 들면 어떻겠습니까. 점차 움직이기도 힘들고 허리도 아프고 걷다가 몇 번씩 멈춰서야 할 만큼 숨이 차기도 합니다. 사람의 몸에 노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노화 현상은 왜 일어날까요? 어떻게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하게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런 현상들은 우리 몸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노폐물들을 제때에 배설하지 못하여 생기기도 하고, 또 체내에서 피를 만들어 주는 조혈작용들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일어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폐 기능도 많이 약해지는데 이런 것들 모두 자연적인 현상입니다. 한방병원에 가서 한의사에게 물어보면 약도 지어주지만 “이런 식품을 드셔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추천을 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호두입니다. 이 호두는 오메가-3라고 하는 지방이 많이 들어 있어서,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피를 잘 흐르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불포화지방산이면서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꼭 공급받아야만 하는 필수지방산들이 호두에 함유되어 있지요.
놀라운 것은 우리 조상들이 대보름 때 겨울철에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줄 수 있는 나물류와 잡곡밥, 그리고 부럼이라고 하여 호두와 같은 견과류를 먹었는데, 그 절기가 바로 견과류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3 지방과 같은 성분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때였다는 사실입니다. 조상들의 깊은 지혜가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건강을 지키고 싶은 여러분, 그러니 이제 우리는 ‘약’보다 ‘식품’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건강한 밥상’을 지켜내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행운아인 것은 우리의 밥상이 바로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웰빙밥상’이며 가장 ‘건강한 밥상’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면서도 정작 식품이나 음식, 그리고 우리의 밥상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분들의 요구에 의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부디 여러분의 ‘건강한 밥상’을 지키는 데 좋은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 태릉 연구실에서 노 봉 수

우리집 건강식탁 프로젝트 - 10점
노봉수 지음/예문당


노봉수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졸업 후 동서식품(주)에 입사하여 음료개발업무를 수행. 그 후,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대학교에서 식품공학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서울여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식품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식약청, 농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서울시위생국 등 각종 정부기관에서 위원회 및 자문 활동을 하고 있으며,<스펀지>, <아침마당>,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과학카페>, <생로병사의 비밀>, <YTN 사이언스>, <위기탈출 넘버원>, <EBS 과학프로그램>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식품에 관한 전문지식을 일반인에게 전파하는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또한 '전자코', '전자혀'를 연구하여 농산물의 원산지 판단, 식품의 유통기한 등을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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