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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이야기

도서정가제 대체 무엇이 문제이길래

by 예문당 2013. 1. 24.

2013년 새해 초부터 출판계가 시끄럽습니다. 도서정가제 강화를 위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알라딘이 자사의 홈페이지에 메인에 '도서정가제 강화 반대' 배너를 걸며 출판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반대를 주장하는 배너를 올리더니 슬쩍 '찬반을 묻습니다'로 바뀌었군요. - -;


보통 생각하기에는 출판계, 중소서점과 온라인서점간의 대립으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듯 한데, 이것이 내용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우선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도서정가제의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의 골자는 출간된지 18개월 이내의 신간의 경우 할인률을 10%이내로 제한하고 다시 그 가격에서 10%이내의 마일리지, 쿠폰 등 경품을 줌으로서 실질적으로 최대 19% 할인을 가능하게 합니다. 출간일이 18개월이 지난 도서의 경우 무한 할인이 가능하고요. 실용 및 참고서의 경우에는 도서정가제 예외입니다.

신간을 19%할인하고 18개월 지난 구간은 보통 30%에서 심지어 50% 이상까지 할인하는 온라인 서점과 중소 오프라인 서점은 이미 경쟁이 되지않습니다. 오프서점에서 책만 구경하고 집에서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독자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지난해 중소서점들의 폐업 및 부도 소식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올해, 지난해보다 많은 서점들이 문을 닫을 것입니다.

실용 및 참고서의 도서정가제 예외 조항을 악용하는 출판사들도 많습니다. 책 만들면서 이미 할인할 것을 감안하여 책 가격을 정하고 출간하자 마자 높은 할인률을 적용합니다. 독자들은 할인 많이 해 준다고 할지 모르지만 결국 제값 주고 사시는 것입니다. 심지어 문학도서를 실용코드로 받아서 출간하자마자 50% 할인 판매하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예전에 출판 경영인 한분이 책 분류때문에 옥신각신하였다는 국내 대형 오프라인 서점에서조차 이 책이 매장 한가운데 당당히 자리잡고 할인판매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18개월 지난 구간도 할인 10%이내로 제한, 10% 이내의 마일리지, 쿠폰 등 경품 조항, 예외조항도 모두 삭제하겠다는 것입니다. 결국 모든 책의 할인을 10%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왜곡된 도서 가격을 바로 잡아 중소 오프라인 서점들이 온라인서점들과 공정하게 경쟁이 가능하게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 제도의 시행에 대해서는 출판계 내부에서도 찬반이 나뉩니다. 출판사 상당수가 찬성하는 분위기이지만 대형 온, 오프서점 몇개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 책을 내도 마땅한 판로를 찾지 못하는 중소 출판사들은 그나마 할인판매로 매출을 올리고 있었는데 이를 막는다고 하니 내심 반기는 눈치는 아닙니다. 판매가 부진한 재고 도서들은 할인해서라도 팔아야 하는데 이게 막히면 재고들은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한 예산이 정해져 있는 도서관납품 시장에서도 할인율이 제한되면 같은 돈으로 구입할 수 책의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겠지요. 

누구보다 개정안에 반대하리라 예상되던 온라인서점계는 신간 적립금 폐지에 반대한다고 난리를 떨던 2010년초와는 다르게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입니다. 지나친 할인 경쟁으로 수익률이 악화되어 있고 이미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으니 이번 개정 법안이 통과되도 실질적으로 손해 보는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요? 진의가 궁금합니다.

당장 도서정가제가 시행된다고 망했던 서점이 다시 열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망해가는 동네서점들을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도 확답을 드리기 어려울 듯 합니다. 당장 독자들은 할인률이 제한되니 실질적으로 책값이 올랐다고 느낄 것이고요. 

다만 이번 도서정가제 개정에 기대하는 것은 경쟁에 공정한 룰이 하나 생겼다는 것과 이것을 시작으로 제살파먹기식 할인 경쟁에 내몰린 출판유통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오리라는 기대입니다. 사재기, 베스트셀러에 판매가 집중되는 현상 등 도서정가제 말고도 출판계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당장은 혼란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자리를 잡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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