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수박바 맛을 기억하시는지요? 

어제 거꾸로 수박바 포스팅을 쓰기 위해 오랜만에 수박바를 맛보았는데요. 녹색 부분을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응? 이건 딸기맛'. 그동안 내가 별 생각없이 수박바를 먹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수박바는 수박맛이 아닙니다. 믿기지 않으신다면 포장지의 원재료를 확인해 보면 향료로 딸기향과 멜론향이 사용됩니다. 우리가 수박맛이라 믿고 먹었던 수박바는 딸기, 메론 맛이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녹색이 메론맛이 아닐까 하는 예상도 무참히 뒤엎고 녹색부분이 딸기맛입니다. 수박향이 만들기 쉽지 않다고 하는군요. 생각해보니 수박은 단맛과 시원함으로 먹었지 향자체는 특징적인 것이 없는 듯 하네요. - -

수박바를 수박맛이라고 느끼고 살아온 자신에 대해 자괴감에 빠져들 이유는 없을 듯 합니다. 우리의 감각이 그리 확고하지 않기 때문이죠. 

간단한 속임수에도 넘어갈 정도로 우리의 감각은 확고하지 못하다. 눈을 감은 사람에게 사이다를 2번 주고 처음과 나중 중에 어느 쪽이 사이다인지 물어보면 둘 다라고 하지 않고 둘 중에 하나는 사이다, 하나는 콜라라고 말한다. 백포도주에 색소를 넣고 적포도주의 색을 갖게 하면 포도주 전문가들도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딸기 맛 사탕을 노란색으로 만들고 바나나 맛 사탕을 붉은색으로 만들어 건네주면 두 사탕의 색이 잘못되었다고 바로 알아채기 힘들다. 그냥 익숙한 과일향이고 노란색이면 실제 향이 딸기여도 바나나라고 생각하고 붉은색이면 딸기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 최낙언 -


또한 우리는 예측을 하고 먹습니다. 익숙한 과일향에 녹색이면 그냥 메론맛이라 여기는 것이죠. 음식의 맛은 경험에 많이 좌우합니다. 그래서 그 문화권만의 맛의 정체성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고요. 음식을 눈으로 보는 순간 이미 우리의 머리속에서는 이 음식이 이런맛일거라고 예측하고 있죠. 실제 맛을 보았을 때 우리의 예상을 임계치 이상 벗어나게 되면 놀라움이 됩니다. 

맛있게 보이는 된장국. 맛을 보니 기대했던 짭잘함이 아니라 단맛이라면...

<감각·착각·환각>을 읽어보면 우리의 감각 시스템이 어떻게 동작하는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책은 시각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낙언 저자는 그 시작은 '어떻게 우리가 피자의 전체 맛도 느끼고 개별 재료의 맛도 구분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하였죠. 우리의 맛 감지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 자료가 많은 시각 시스템을 공부한 것입니다. 

알아보니 수박 모양의 수박바를 그동안 수박맛이라 여기며 지내온 것도 무리가 아닌 듯 싶네요. 맛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보고, 맛보고,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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