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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예문당 이야기

러시아 친구가 선물한 나무닭 장난감

by 예문당 2010. 7. 20.

지난주에 퇴근하고 돌아와 둘째 녀석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보았습니다.

'아~ 맞다. 이게 있었지.'

2007년도 2월달에 러시아 출장 갔다가 현지 동료에게 선물 받은 장난감. 출장에서 돌아와서 큰 녀석이랑 몇 번 놀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디 숨어 있다가 다시 나왔군요. ^^;

출장 마지막 날, 그 친구는 저녁을 대접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식당으로 우리 일행을 데려 갔습니다. 식당은 인기가 꽤 좋아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지요. 입구쪽에 마련한 대기 좌석에서 기다리다가 전시해 놓은 장난감을 들고 재미있게 구경하고 있는데 애기가 있다는 저의 말을 기억하고는 이 친구가 저에게 가지고 가라고 하더군요.

이 장난감을 보는 순간, 어릴 적에 만들어 놀던 장난감들이 생각 났습니다.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수제 장난감들. 이 녀석은 손에 쥐고 살살 돌려주기만 하면 나무판 위의 닭들이 다다닥 다다닥 거리며 부지런히 모이를 쪼아 먹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엽습니다.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닭들 배 아래에는 조그만 구멍이 뚫려 있어, 실로 닭들의 목과 아래 추를 위의 그림과 같이 연결하였습니다. 추가 회전 운동을 하면 실은 닭의 목을 당겼다 놓았다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닭들은 위, 아래로 열심히 머리를 움직입니다.

말로는 잘 상상이 안 되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동영상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재미있지 않은가요? ^^ 저는 처음 봤을 때, 간단한 아이디어로 이런 재미있는 장난감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손재주가 좀 필요하겠죠?

꼬리가 까만 녀석은 아마도 숫닭이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런 작은 곳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세련된 장난감들에 익숙해진 요즘 왠지 모를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장난감이었습니다.

장난감과 함께 우크라이나 식당에서 잊지 못할 추억 하나는 바로 아래 사진의 접시위에 올려진 Salo!


언듯 보기에 밀전병으로 피클을 싸놓은 것처럼 보이는 저 녀석의 정체는 바로
100%순수 돼지 비계!!!
대기 좌석에서 기다릴 때, 보드카 한 잔을 권하여 원샷 했더니, 저것이 한 가득 담긴 접시를 들이대서 아무 생각 없이 집었는데 하필이면 두개가 붙어서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 떼려고 하다가 안 떨어져서 두개를 그냥 입에 집어 넣었는데 입에 넣는 순간. 아차 했죠. 정말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며 꼭꼭 씹어서 삼켰다는... T.T 그리고 본 식사에서 제공한 저 녀석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위 사진을 위한 모델이 되어 주었지요. ㅎㅎ

혹시나 러시아쪽 들릴 계획 있으신 분들은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뭐 돼지 비계 날 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상관 없겠지만요. ^^;


- 책 쟁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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