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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독서 후기

현실을 이야기해주는 위험한 책 - 소금꽃나무

by 예문당 2011. 7. 27.


지난주, 아프가니스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을 쫓는 아이'[링크]를 읽으면서, 우리 나라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때 생각난 책이 '소금꽃나무'였습니다. 주로 트위터를 통해서 소식을 듣고 있었던 책입니다.


작은 표지로 볼 때에는 몰랐는데, 막상 책을 받고 나니 나무처럼 보이는 표지 사진은 뒷모습 사진이었습니다. 저자의 사진으로 보이는....

7살 큰아이는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말도 안된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소금꽃나무가 어디에 있냐고요. 소금은 나무에서 나는 것이 아니라며 나름대로 아는 체를 하는 것이지요. 소금꽃나무의 의미는 책표지에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아침조회 때 바라본 노동자 아저씨들 등에 소금꽃이 피어있는데, 그 모습이 소금꽃나무처럼 보였다고요. 제목이 소금꽃나무인 이 책은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금꽃나무 차례

책을 내며

하나 / 이 땅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

20년만의 복직
동네 사람들아!
음지
그 시절의 이력서
사는 것 같던 날


둘 / 거북선을 만드는 사람들

"난 일기짱으루다 갈키여"
일편단심 상집
땜쟁이 발등
노동자 훈장


셋 / 더 이상 죽이지 마라!

끝나지 않은 기다림
전태일과 김주익의 유서가 같은 나라
준하에게
호루라기 사나이, 그를 아십니까?
오래된 미래
언제 밥그릇에 불이 붙을지 몰라 기름밥이지요


넷 /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미래다

봄이 오면 무얼 하고 싶으세요?
그때 우리는
노동자와 예술가
반성문
나이팅게일의 꿈
아내들에게
사회적 교섭과 조카


다섯 / 손가락을 모아 쥐면 주먹이 된다

'차부상회' 민근부의 고백
박근혜에게 보내는 편지
눈이 없는 용
봄은 만인에게 평등했는가
학번에 대하여


여섯 / 상처

어머니, 내 사랑하는 어머니
해고된 동지에게
돌아온 아이
부고 없는 죽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항소이유서

부록 / 조공노동자 신문과 조선공사 노동조합

이 책의 저자는  오늘로서 203일째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계신 김진숙님입니다. 해고자로, 노동자로 그간 살아오신 이야기와 가족, 동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소설이었다면, 그래도 현실은 아닐꺼야.. 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을텐데, 믿고 싶지 않았던 많은 일들을 사실이었다고 확인시켜주었다고나 할까요. 상상할수도 없었던 일들을 실제 겪었던 일들이었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졸업할 때에, 엄마는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공부를 더 했으면 좋겠다고.. 사회에 나가지 말고,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지냈으면 좋겠다고요. 그 때에는 사회가 궁금하고, 사회에 나가는 것이 기대도 되고 설레기만 했는데, 이 책 안에서 만나는 사회는 제가 만났던 곳들과는 너무나도 다르고, 엄마가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밀어내는 것도 자본이고, 이제 와서 아빠 힘내시라고 노래 불러 주는 것도 자본이고, 집도 사고 차도 사야 하는데 당신이 아프면 큰일이라고 걱정해 주는 것도 자본이고, 사고가 나면 남편보다 먼저 달려와 주는 것도 자본이고,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도 자본이고,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자본은 이제 안아 달라고 부르짖습니다.

220쪽, <소금꽃나무> 중에서...

돈, 권력 앞에 힘없는 사람들. 다른 길을 찾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 그래도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우리 아이들은 다른 세상에 살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어야할텐데, 그 희망이 보이지 않아 싸우는 사람들.

책을 읽으며, 자꾸 기사를 검색하게 됩니다. '한진중공업 김진숙'.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나? 어느 신문에 기사가 소개되었나. 누가 이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고공농성에 대해 찬성의 의견도 있고, 반대의 의견도 있습니다. 유심히 봅니다. 누구의 말이 옳은가. 나의 생각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자꾸만, 크레인 위에 계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사실 불편합니다. 자꾸 생각하게 만들고 검색하게 만들어서... 그래서 위험합니다. 너무 바쁜 시대에, 할일이 많은 시대에, 멈추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 말이죠. 나에 대해.. 사회에 대해.. 미래에 대해.......

책 속의 한마디가 자꾸 머리속에 맴돕니다. "나도 인간이에요."

이런 삶도 있다는 것, 알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잘 마무리되어 웃으며 크레인에서 내려오시면 좋겠습니다.


소금꽃나무 - 10점
김진숙 지음/후마니타스
2011년 6월 28일 1판 1쇄 발행 <특별판>
2007년 5월 1일 1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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