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예문당 첫 신간!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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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
판다곰은 원래 다른 곰과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초식과 육식을 같이 했지만 약 400만 년 전 감칠맛 수용체가 고장 나면서 고기 맛을 모르게 되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대나무만 먹고 산다. 반대로 호랑이와 같은 고양잇과 동물들은 단맛 수용체가 고장 나 과일의 단맛을 모르니 먹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감각이 판다곰과 호랑이의 운명을 바꾼 사례다.
사람은 단맛, 감칠맛 모두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풀뿌리에서 벌레, 상어 지느러미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잡식동물인 이유다. 모든 동물은 생존을 위해 먹어야 한다.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하고 소비하는 능력이 진화되어 왔다. 이런 쾌락과 보상 시스템은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지만, 사람은 요리를 통해 소화기관의 부담을 덜고 남은 여력은 뇌의 발달로 이어졌다. 요리를 하면서 달라진 맛과 향을 처음부터 좋아했을지는 의문이지만 점점 좋아했을 가능성은 높다. 인간은 자신의 몸에 좋은 음식을 좋은 맛과 향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런 맛과 향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인류 진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금 우리는 맛의 시대를 살고 있다. 방송사마다 음식 프로가 몇 개씩 있고, 신문도 음식관련 기사를 쉬지 않고 쏟아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오직 맛이 있는지 없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왜 그런 맛이 나는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맛과 향의 원리를 알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약과 독의 원리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풀리지 않는 비만 문제 해결의 단초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는 왜, 어떻게 우리는 맛을 느끼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 소개 |
최낙언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식품회사에서 식품 및 향료연구가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식품과 첨가물을 오해와 편견으로 다룬 『스펀지 2.0』을 보고 자신의 전공인 식품에 대해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다. 식품에 제기된 여러 의구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www.seehint.com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여러 자료를 스크랩하고 연결하여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한 결과물을 하나씩 선보이고 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가 있다.
식품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너무 세분화만 되고 연결되지 않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지식이 매우 많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지식의 의미와 관계를 제대로 연결하여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로 검색 위주인 현 지식체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툴을 구상하여 특허를 받았다. 이것을 구체화하여 기존의 지식을 재료로 의미 있는 지식을 창출하는 지식의 요리사를 꿈꾸고 있다.
목차 |
들어가면서
Part 1 _ 맛이란 무엇일까?
오래전에는 맛을 4가지로 생각했다
맛은 사실 아주 복잡한 것이다
원래 식품 성분의 98%는 무미, 무취, 무색이다
숙성하면 자극취가 줄어드는 이유는 분자의 크기 변화 때문이다
2%는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Part 2 _ 맛의 기원: 우리는 왜 맛을 느낄까?
단맛을 느끼는 것은 에너지원(탄수화물)을 찾는 것이다
감칠맛은 단백질을 찾는 것이다
탄수화물은 단맛, 단백질은 감칠맛으로 느끼는데 지방은?
짠맛, 모든 생명은 바다에서 태어났다
산미, 생명현상을 감시한다
쓰면 뱉어라!
- 쓴맛을 즐기는 사람들
- 카페인, 써도 먹는 이유?
후각은 동물의 지배적 감각이다
- 먹이를 찾아라!
- 위험을 피하라!
- 누구인지 알아라!
- 짝을 찾아 번식하라!
Part 3 _ 맛은 종합과학이다
맛은 조화를 통해 상승한다
- 주식(요리)의 맛 = 짠맛 + 감칠맛 + 세이버리 향
- 간식(디저트, 과일)의 맛 = 단맛 + 신맛 + 스위트 향
맛은 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녹아야 맛을 느낄 수 있고, 씹어야 맛이 난다
식품 주성분이 맛과 향에 영향을 준다
소리도 맛에 영향을 준다
시각, 색각, 푸드 스타일
색은 왜 있는 것일까?
색소의 기본구조: 왜 천연 식품에는 파란색이 없을까?
감각은 조건 따라 다르고 사람에 따라 다르다
- 나이,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
- 개인의 차이도 크다
- 인종(역사)에 따라 다르다
- 좋아하는 냄새는 계속 바뀐다
Part 4 _ 냄새는 어떻게 맡는가?
후각 수용체는 G단백공역수용체이다
G수용체는 이성체에 따라 향취가 달라진다.
G수용체는 여러 종류의 화학물질을 감지한다
G수용체로 하는 일은 ON/OFF 신호밖에 없다
별 차이 없는 분자들이 수용체 존재 여부와 결합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후각의 반응 스펙트럼은 상당히 Broad하다
감각의 전달
후각의 피로 현상도 적극적인 생명활동이다
감각의 인식과 통합
루프를 돌고 돈다
G수용체는 빛마저 감지한다!
G수용체를 알면 많은 답을 얻는다
페로몬도 신비한 물질이거나 현상이 아니다
Part 5 _ 향기물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향기물질은 주로 식물이 만든다
식물은 왜 향을 만들까 ?
- 유혹의 수단, 균류, 곤충, 동물을 불러 모은다
- 방어기작의 한 방법이다
- 공격수단이기도 하다
- 물론 우연의 산물인 부산물도 많다
동물은 냄새를 맡는 쪽이다
페로몬에는 무조건 항복한다
체취는 우연의 산물?
우리가 즐기는 향은 대부분 인위적인 것이다
- 효소분해(발효)에 의한 생성
- 가열에 의한 생성
- 열분해에 의한 생성: 훈연(Smoke)향
- 조합향(Compound flavor): 향기물질을 조합하여 새로운 향을 창조하다
Part 6 _ 향에 대한 애착이 불러온 기술 발전
조합향(Compound flavor)을 만들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향은 몇 종이고, 이를 모두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료가 필요할까 ?
토마토 향 1가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향기물질이 필요할까?
향료는 조향사에 의해 만들어진다
향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향료 물질을 알아야 한다
조향, 향기는 상상 속에서 완성된다
조향사는 골초여도 상관없고 나이도 상관없다
향에서 중요한 것은 조화다
조합향의 이용 형태
합성향(조합향) vs 천연향, 어느 쪽이 안전한가?
천연향의 장점과 한계
조합향의 장점과 한계
Part 7 _ 향은 우리에게 깊은 영향을 준다
뇌의 발달은 후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간의 후각은 둔하고 어눌하다
인간의 후각은 많이 퇴화되었다
프루스트 현상: 기억은 후각부터
감각이 운명을 바꾼다
누에가 뽕잎만 먹는다고?
인간은 향과 더불어 살아간다
더 이상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은 페로몬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일까?
향기에는 치유의 힘도 있다
-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ie)
- 아로마콜로지(Aromachology)
- 피톤치드(Phytoncide)
지오스민은 악취인가 향취인가?
냄새 혐오증: 냄새를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Part 8 _ 맛은 향이 지배하고, 향은 뇌가 지배한다
후각은 변연계, 즉 생존과 감정에 직접 연관되어 있다
뇌에는 ‘가소성(Neuroplasticity)’이 있다
공감각(共感覺, Synesthesia)은 오류인가? 축복인가?
맛은 가장 공감각과 가소성이 잘 드러나는 현상이다
안와전두피질: 색, 맛, 향, 촉감이 만나는 곳
맛은 쾌감이고 쾌감은 다시 맛이 된다
경험도 맛이다. 익숙함은 호감이 된다
학습에 의해 역겨움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온도에 따라 맛도 다르게 느껴진다
가격, 기대감이 맛을 달라지게 한다
선입견은 감각을 왜곡하는 데 효과적이다
전문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도 판매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감각은 착각이다
맛도 향도 실제로는 없는 것이다
좋은 이미지는 맛도 좋아지게 한다
Part 9 _ 맛과 향의 미래
원료는 점차 단순해지고 고유의 향은 사라져간다
요리에도 좀 더 많은 과학이 동원될 것이다
요리와 가공식품의 차이는 뭘까?
향기 나는 TV나 영화를 만들어볼까?
가짜의 맛?
지금은 향에 대한 집착이 적어진 시대일까?
맛의 기술은 비만을 유발하는가, 아니면 비만을 해결할 열쇠인가?
포만감의 기술: 감각의 기술이 미래의 기술이다
- 살 빼려면 향이 강한 음식을 먹어라?
- 유화제 및 안정제를 이용하면 포만감을 느끼는 시간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
초정상의 시대
이 책을 마치면서
책 속으로 |
입으로 느끼는 것만을 맛이라 하면 크게 5가지, 바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들 수가 있다. 그러면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만 가지 요리의 다양한 맛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사실 그것은 ‘향’일 뿐이다. 음식을 먹을 때 입 뒤로 코와 연결된 작은 통로를 통해 향기물질이 휘발하면서 느껴지는 극소량의 향을 가지고 수만 가지 맛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비염으로 염증이 발생하면 다양한 맛이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코만 막고 먹어봐도 맛은 희미해지고 불완전해진다. - 17p
어떤 식품을 먹든 단백질에는 평균 20% 정도의 글루탐산, 즉 MSG가 함유되어 있다. 우리가 음식으로부터 섭취하는 글루탐산에 비해 MSG를 통하여 섭취하는 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음식의 글루탐산은 단백질 상태, 즉 다른 아미노산과 결합된 상태라 혀로 느끼지 못하고 아주 소량의 분해된 글루탐산만 감칠맛으로 느낀다. 그 양이 식품의 1/200 이하다. 따라서 MSG 1g이면 고기 200g에 해당하는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소량으로 충분히 감칠맛을 내기 때문에 별도로 첨가한 MSG는 전체 글루탐산의 섭취량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이다. 국물에 감칠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글루탐산(MSG)의 양은 대략 0.4% 이하다. 따라서 우리가 국물로 하루에 필요한 글루탐산 40g을 섭취하려면 10ℓ의 국물을 마셔야 한다. MSG의 유해성 논란은 단백질의 유해성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더 의미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47p
고통과 쾌감은 내 몸(뇌)이 만든 착각이다.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해 천연 마약인 내인성 모르핀(엔도르핀)과 같은 물질로 쾌감의 회로를 만든다. 그리고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하면 이를 통해 쾌감으로 보상한다. 엔도르핀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면서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을 마약이라 한다. 내 몸의 엔도르핀은 워낙 소량이라 쾌감을 느낄 뿐 환각에 이르지는 못하는데, 외부에서 투약한 마약은 내 몸의 엔도르핀보다 양이 훨씬 많아서 쾌감을 넘어서 환각에 도달한다. 어떤 분자(마약)든 엔도르핀의 수용체에 결합하면 쾌감을 준다. 우리는 마약에 중독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만들어진 쾌감인 환각에 중독된다. - 128p
천연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것은 생명과 진화의 역사를 모를 때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지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독성 화학물질은 방어를 위해 식물이나 미생물이 만든 것이다. 만물은 화학물질이며, 그것이 식물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생합성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든, 화학실험실 또는 생산설비에서 만들어진 것이든 똑같은 성질을 가진다. 간혹 이성질체와 불순물에 대한 검증을 못한 경우가 있지만, 요즘은 합성이 천연보다 훨씬 더 검증된 안전한 제품이다. 천연향이 안전한 것은 위험한 성분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한 식물에는 위험한 성분의 양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합성향은 위험한 성분의 사용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 186~187p
한때 MSG의 부작용으로 중식 식당 신드롬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여러 반복 실험을 통해 MSG와 상관없음이 명백히 밝혀졌지만 아직도 중식 식당에 가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MSG는 글루탐산과 나트륨으로 분해된다.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그 비율이 가장 높다. 감칠맛이라는 것은 이 글루탐산을 혀로 느끼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단백질에서 유래한 글루탐산과 MSG에서 유래한 글루탐산의 차이를 구별해내는 기술은 없다. 물론 통상 단백질 분해식품을 먹을 때는 다른 아미노산도 같이 있으므로 MSG만 있을 때와 느낌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MSG에 자신의 몸이 과민하게 반응한다고 느껴질 때는 자신이 예민해지려고 노력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이 과민해지고 싶다면 우리 몸은 얼마든지 과민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231p
예전에는 맛이 좋은 음식이 무조건 몸에 좋은 음식이었다. 지금은 영양은 무관하고 감각에만 충실하게 행동한다. 요리를 하면 몸에 좋아 그 맛과 향을 좋아했던 것인데, 이제는 영양과 무관하게 향과 맛만 좋도록 요리를 한다. 맛있는 것이면 몸에 좋은 것이라는 순리도 뒤집어져서, 쓴 것이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이 건강에는 안 좋은 식품이라는 엉터리 이야기마저 받아들여지는 시대다. 정말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맛이 있는 음식이 좋은 음식이다. 단지 몸에 좋은 맛있는 음식을 너무 먹어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의 욕망이 문제를 품질의 문제로 호도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한 식품을 먹으면서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높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283p
출판사 리뷰 |
“조물주는 우리로 하여금 살기 위해 먹도록 명령했으며,
식욕으로써 그것을 권고하고, 맛으로써 지원하며, 쾌락으로 보상한다.”
- 브리야 사바랭(1825, 미식예찬)
당신이 기억하는 모든 음식의 맛은 전부 가짜다!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삶의 기쁨을 찾는다. 기념일에만 찾는 유명한 레스토랑부터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시장 안 국밥집에 이르기까지 음식은 저마다 특유의 맛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더 맛있는 음식, 더 독특한 음식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 오죽하면 모든 방송사마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전국 방방곡곡의 맛집을 찾아 소개하며, 예능에서조차 각 고장의 특산물을 먹기 위해 갯벌을 뒹굴거나 산꼭대기를 올라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즐겁게 만들고 즐기는 모든 음식의 맛은 진짜 맛이 아니다. 세상에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다섯 가지 뿐이다. 이 다섯 가지 맛으로 우리가 느끼는 수많은 맛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맛이라고 알고 있으며, 기억하고 있는 저 맛의 정체는 사실 ‘향’이다. 정확하게는 Flavor, 즉 풍미(향미)이다. 음식을 먹을 때 입 뒤로 코와 연결된 작은 통로를 통해 향기물질이 휘발하면서 느껴지는 극소량의 향을 가지고 수만 가지 맛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 맛은 단맛, 신맛 그리고 사과가 가진 특유의 향을 코로 느끼면서 사과라고 인식한다. 즉 사과 맛은 사과의 향이다. 다만 식품에서 맛과 향은 구분하기 힘들고 별로 구분할 필요도 없는 감각이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후각은 생명 최초의 감각이자 모든 감각의 모태이다
우리는 어떻게 향기를 맡을까? 당연히 코를 통해서다. 하지만 실제로 향을 맡는 부위는 코 안쪽 상단에 위치한 작은 동전 크기 정도에 불과하다. 이 부위에 존재하는 후각세포의 종류만 약 400종이다. 시각에 3종, 감칠맛에 2종 단맛에 단 1종이 존재하며, 다른 중요한 대사 작용도 아주 소수의 유전자가 동원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유전자가 고작 2만 3천여 개인데 후각처럼 한 가지 기능에 이렇게 많은 유전자가 동원되는 것만 봐도 후각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이 어떻게 냄새를 맡는지 밝혀주는 ‘후각 수용체(GPCR)’를 찾아낸 공로로 린다 벅과 액셀 박사가 노벨상을 받은 것이 2004년이다. 그리고 2012년도에 또 다시 GPCR에 대한 연구 공로로 레프코위츠, 코빌카노 두 명의 교수가 노벨상을 받았다. GPCR의 모체인 ‘G단백’을 알아낸 공로로 길만과 로드벨 박사가 노벨상을 받은 것이 1994년의 일이니, 이처럼 단 한 가지 기능에 세 번의 노벨상이 수여된 것은 아마 이 분야의 연구가 유일할 것이다.
그렇지만 노벨상 수상 보도에서 이런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후각은 그만큼 모두에게 잊힌 감각이다. 향을 맡는 작업은 체내에서 이어지는 끊임없는 작업이지만, 그만큼 익숙한 탓에 숨을 쉬는 것보다 오히려 주목을 끌지 못한다. 하지만 냄새를 맡는 기작은 전 생명의 신호전달 시스템의 모태다. 생명의 진화는 한번 성공한 기술을 이용하고 또 이용하면서 변용하는 성질을 가진다. 따라서 후각은 생명 최초의 감각이자 모든 감각의 모태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발명은 요리다!
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지구상에는 약 3,000만 종의 화학물질이 존재하며 이중 95%가 탄소화합물이다. 인간은 매년 2,000여 종을 새로 합성하지만 100년간 합성해봐야 겨우 20만 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화합물은 어디서 왔을까? 바로 식물이다. 하지만 식물 전체에서 향기물질을 얻지는 않는다. 대략 60과, 약 1,500종의 식물로부터 필요한 대부분을 얻으며, 사용량으로 보면 90% 이상이 20종 이하의 식물 품종에서 얻어진다.
그렇지만 우리가 향을 떠올릴 때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식품의 향은 대부분 발효나 요리를 통해 인간이 만든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리처드 랭엄 교수는 그의 저서 『요리본능』에서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위대한 발명은 도구도, 언어도, 문명도 아닌 바로 요리”라고 주장한다. 요리를 통하여 소화가 잘 되는 양질의 식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소화기관의 부담과 씹는 시간을 크게 감소시켰으며, 소화기관의 감소에 따라 남은 여력이 인간에게는 뇌의 발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요리가 남녀의 역할 분담 등 문화의 발달에도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고 말한다.
요리가 정말 그렇게 중요할까? 요리한 음식과 요리하지 않은 음식의 칼로리 차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흡수율이 4~50%는 좋아진다. 이 차이가 그렇게 중요할까 하겠지만 우리의 소화와 흡수에 들어가는 비용과 대가는 상당하다. 잉여 영양과 그 때문에 적어진 소화기관으로 인한 효율이 진화의 결정적 힘이 되었다. 이때 소화율뿐 아니라 맛과 향도 달라졌다. 인간이 처음부터 그런 향을 좋아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점점 좋아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은 자기 몸에 좋은 음식을 좋은 맛과 향으로 기억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영양, 즉 소화력을 높이기 위해서보다는 오히려 향 때문에 요리를 해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향은 인간에게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며, 더 좋고 새로운 향을 찾기 위한 노력은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즐기는 맛과 향은 가장 검증되고 안전한 것들이다
예전에는 맛이 좋은 음식이 무조건 몸에 좋은 음식이었다. 지금은 영양은 무관하고 감각에만 충실하게 행동한다. 요리를 하면 몸에 좋아 그 맛과 향을 좋아했던 것인데, 이제는 영양과 무관하게 맛과 향만 좋도록 요리를 한다. 맛있는 것이 몸에 좋은 것이라는 순리도 뒤집어져서, 쓴 것이 몸에 좋고 오히려 맛있는 음식이 건강에는 안 좋다는 엉터리 이야기마저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되었다. 정말이지 대단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확실하게 말하지만, 맛이 있는 음식이 좋은 음식이다. 단지 몸에 좋은 맛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욕망이 넘치는 문제를 가지고 음식의 문제로 호도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한 식품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오히려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높은 시대에 살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식품은 과학과 예술 사이의 문화적 성격이 강하다. 식품을 과학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우리의 종합적인 판단력은 아직 부족하다. 그런데 오락으로 변질된 텔레비전 고발 프로그램이 어설픈 상식으로 선무당 노릇을 한다. 건강 전도사들이 보여주는 쇼와 고발 프로그램의 정보를 모두 합하면 세상에 먹을 것은 하나도 없고 환자가 아닌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인류는 역사상 가장 건강하고 장수하고 안전한 식품을 먹고 있다.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면 진짜 과학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는 문화적으로 즐기면 충분하다. 인생 최고의 맛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기억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검증되고 안전한 맛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그저 가볍게 즐기자. 나머지는 과학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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