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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당 이야기

내 생애 두번째로 본 사주, 그 결과는?

by 예문당 2010. 10. 5.


사주 보신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 10년 전에 학교 앞 카페에서 우연히 사주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의 사주를 봐주었던 사람은 사주를 공부중인 20대 후반의 남자 대학생이었는데, 자신을 직업 역술인보다는 못하지만, 사주카페 보다는 잘 본다고 소개했었습니다.
 
당시 애인이 없던 저는 무척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저의 생년월일을 불러줬습니다.
딱 한마디 들었죠.

"너무 좋네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세요."

사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연애운도 이야기를 해주길 바랬는데,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라니요. 그 후로 저는 사주를 안보고 오직 저 말 한마디만 믿고 살기로 결심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 아침에 엄마가 오셔서 사주를 보러 가자고 하시는거에요. 저희 엄마는 가끔 한번씩 보시는 것 같습니다. 같이 가본적은 한번도 없지만요.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용하다는 곳은 다 찾아다니신 것 같습니다. 제 짐작에 말이죠. ^^;;;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엄마를 따라 나선 곳은 예산 수덕사 앞이었습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시면서, 아.. 있네.. 한마디 하시더군요. 여러번 오셨던 곳이래요. 그래서 봤더니 바로 이곳.. 승합차 안으로 들어가시더군요. ^^



70세가 넘어보이시는 할아버지 한분이 앉아계셨습니다. 생년월일시를 말씀드리니 줄줄 한문으로 풀이를 해주시는데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저희 가족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저희 부부 사주를 넣으니,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해주십니다.
아들 하나는 공부를 잘하고 하나는 떨렁떨렁 논다네요.
전문대라도 가면 다행인데 둘다 재주는 있어서 밥은 먹고 산답니다.
(제가 볼 때 아들 둘이면 보통 첫째가 공부를 잘하고, 둘째는 성격이 좋은 것 같더군요)

여자(저인데요)는 살림하는 사주가 아니라서 일을 해야한답니다.
돌아다니기 바쁘고, 일해야 좋은 일이 생긴다네요. 제가 돌아다닐 상황이 안되어서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것도 괜찮으냐고 물으니 무조건 해야한대요.
블로그 열심히 하겠습니다. ^^
(원래 40부터 70까지 일하는게 꿈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되는거 맞네요. ^^)

그러면서 저희 부부 말년운이 좋다고 하셨는데, 지금 무척 힘들텐데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냥 참고 지낸다고 말씀드렸더니, 2년후에 좋아진답니다.
(남편이 출판사 시작한지 1년 되었습니다. 1년차에 원래 어려운거 맞죠? ^^;;;
3년 꾹 참고 기반닦는게 저희 목표입니다. 2년 더 참고 기다리겠습니다. ^^;;;)


남편낚시조심하고, 해수욕장 깊은 물을 조심하고, 아이들은 원하는대로 해주되 둘째아이 19살에 오토바이는 절대! 사주면 안된다고 하시더라구요.
(남편은 낚시 안좋아하고, 저도 해수욕 안좋아합니다. 스스로 꺼렸나봅니다.)

남편에게 자동차사고운이 있는데 뒤에서 받힌다고 하시길래, 지난달에 받혔다고 했더니, 우리가 들이받을 운도 있다더군요. 몇년전에 정말 들이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자동차사고 딱 두번 났는데, 그 두번이 모두 사주에 있다고 하니 신기했습니다. 그로서 사고는 지나간 모양입니다.
(가장 신기했는데요, 지나가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늘.. 차조심 해야지요)

저녁 10시 이후 회사에 화재 조심하라고 하셔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렇잖아도 작년에 서점 두곳에 화재가 발생해서 출판사에서 피해를 입었다네요. 이것도 넘어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쨌든 엇그제 고층빌딩 화재사고도 있고 하니 전기점검은 다시 해볼 생각입니다.
(예방을 거듭 외치셨으니, 불조심도 해야죠. 누구나.. 불조심 해야죠? ^^)

결국 해주신 말씀을 정리해보면, '인생 순리대로 살아라' 이 한마디였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듣기 전과 후가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지나간 일에 대해 아.. 팔자였구나.. 라고 생각하는 정도, 다가올 일에 대해 묵묵히 참고 열심히 일하면 좋은 결과가 오겠구나 라는 것.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랄까요? 당장 힘든 사람에게 '조금 만 더 기다려라. 곧 좋은 날 온다' 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것이죠.

사실 힘든 사람, 무엇인가 기다리는 사람이 사주를 보러 가지 않겠어요? 종교로도 마음을 잡기 어려울 때에 말이죠. 어제 '맹자'[링크]에서 호연지기를 말씀드리고, 순리대로 살아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씀드렸는데, 결국 '더 참고 기다려라'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그 한마디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위해서 엄마는 결국 답을 알면서도 사주를 보러 가셨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살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시멜로 이야기에서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가지고 인내심 테스트를 하지요. 인내 했던 아이와 그렇지 못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요.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마음은 스스로 먹는 것이지요. 그런데 스스로 마음먹기 너무 힘들 때, 그 때는 종교나 사주, 친구, 책 등등 많은 것들의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도저히 잡히지 않아서 용한 점집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나들이 삼아 다녀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잡을 수만 있다면요.



다만 저는.. 앞으로 사주를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스스로 마음을 잡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합니다. 사주가 같다고 모두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니고, 개인의 노력이라는 부분이 많은 변수로 작용할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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