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무뎌진 제단용 칼을 연마하려고 오장동에 다녀왔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려준 약도에 의지해 연마사를 찾아갔습니다. 이 동네가 골목이 참 묘합니다. 여기인가 싶어 들어가보면 막다른 골목이고, 처음 온 사람은 길 잃어버리기 딱 좋은 구조입니다.
결국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물었습니다. 약도에 표시된 위치로부터 약 200m가량 떨어져 있는 곳을 알려주시더군요. 그렇게 찾아간 연마사의 풍경은 마치 70년대에 시간이 멈춘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허름한 내부, 낡은 책상, 어릴때 사용하던 전화기...
아저씨는 제가 가져온 칼을 보시자마자 "이거 잘리기는 해요? 새로 주문 하셔야겠구만." 하십니다. 그렇게 친근하게 몇 마디를 교환하시고는 묵묵히 칼을 가십니다.
연마 중인 제단용 칼.
무뎌진 면을 갈아내는 작업이라 연마할수록 칼은 점점 작아집니다. 그렇게 몇 번 연마하고 나면 칼은 수명을 다 하는 것이죠.
연마를 마친 칼들
지업사에서는 전지를 절단해야하기에 저렇게 사람 키만한 칼을 사용합니다. 하루종일 제단 작업을 하면 하루에도 2~3번 연마를 해야 한다는군요. 옆에 서 계시는분이 사장님이십니다. ^^
지난 주말 TV에서 장사동 공구상가 나오더군요. 중학교때 전자부품 구하러 자주 다니던 곳이라 참 친근하였습니다. 실핏줄처럼 엮여 있는 골목길, 끈끈한 인적 네트워크. 모이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그 곳은 한국 근대화를 거치며 짧은 기간동안 번영하다가 쇠락해가고 있죠.
머지 않아 이 곳도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모두 사라지고 삐까번쩍한 고층빌딩들이 대신하겠지요.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피맛골도 재개발로 썰렁한 분위기입니다. 재개발하여 다시 지으면 번드르한 사무실, 인테리어 잘한 가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요. 사람들의 희로애락 담긴 장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몇자 끄적여 보았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마시던 막걸리와 길가 연탄불에서 구워내던 그 생선구이들, 부품 하나를 찾기위해 물어물어 찾아 가던 그 가게들이 그리워질 듯 합니다.
- 책 쟁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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