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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야기

한심한 초등1학년 여름방학 학교 권장도서 목록

by 예문당 2012. 7. 27.

초등 1학년 아이의 여름방학 숙제에 책읽기가 있습니다. 2학기에는 독서 감상화 그리기 대회도 실시한다고 합니다. 권장도서도 읽어야하고요. 아이 읽을 책을 챙길 겸, 권장도서 목록을 살펴보다가 힘이 쭉 빠졌습니다. 



권장도서 목록은 학교마다 다릅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는 6권인데요, 다행히 한권은 집에 있는 책이었습니다. 구립 도서관에 가는 김에, 책을 대출할까 하고 검색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서울시 금천구인데, 구립도서관은 3곳입니다. 저는 그 중 한 도서관을 주로 다니는데, 5권 모두 도서관에서 소장하지 않고 있는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처음 쓴 일기, 보리 - 1998년

아름다운 우리 예절, 한국독서지도회 - 2002년 절판  (정을 주고받는 예절, 2005 개정판)

하느님의 선물, 동화사 - 2000년

심심해서 그랬어, 보리 - 1997년

훈장 도깨비, 동화사 - 2000년

코는 왜 가운데 있을까요? (제목 틀림. 원제 : 코는 왜 얼굴 가운데 있을까), 대교출판 - 1999년


구간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볼 때에, 적어도 절판된 책은 목록에서 빠졌어야 했고, 신간 정보에 대한 업데이트가 있었어야합니다. 도대체 언제 작성한 권장도서 목록이 계속 반복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좋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요. 매일, 매주 좋은 책들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1학년 1학기 읽기 교과서 수록도서 목록을 보세요.



교과서가 2009년에 발행되었기 때문에, 2008년에 출간한 신간 정보까지 담고 있습니다. 지금은 2012년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권장해준 도서 중 가장 빨리 출간된 책이 2000년에 출간한, 무려 12년전에 출간한 책입니다. 2002년에 출간한 책도 원래 1993년에 출간한 책이더라고요. 


많은 출판사들이 신간을 출간했을 때, 추천도서나 권장도서에 오르기 위한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 막상 추천도서가 된다고 해도 학교 현장까지 전해지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렇게 철밥통같이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권장도서 목록도 한몫합니다.


저는 출판업에 종사하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엄마로서 누구보다 아이 독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공교육 안에서 아이를 기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작년 곽노현 교육감의 금천구 특강에서도 무척 실망을 했었는데요, 실제 학교에 입학하고 직접 이런 현실을 눈으로 보니 그저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2011/04/16 - 7세 예비초등 엄마에게 현실에 눈뜨게 해주었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특강 후기


위 글인 곽노현 교육감님의 강연 내용을 보시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깊은 독서'에 관한 부분입니다. 독서의 중요성이야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특히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더하겠구요. '깊은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한국은 35%로 OECD 평균인 45%보다 낮았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바빠서 책읽을 시간도 없지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깊은 독서'를 하는 학생들 가운데 32%가 사회경제적으로 상위계층에 속한 학생들로,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이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서도 읽을 수 있는 것인데 이럴수가요. 학교에서 지도가 안된답니다. 가정에서 부모님께서 끌어주셔야하는가봅니다.


학교에서 말로만 독서가 중요하다고 하지, 몇권 읽었는지만 체크할 뿐, 필독서나 추천서에 대한 가이드도 주지 않고, 정보가 업데이트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깊은 독서가 가능할까요. 어떻게 지도가 가능할까요. 지도를 위한 노력은 해보셨나요?


누구나 독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죠. 교육감님도, 교장선생님도, 담임선생님도 독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저는 독서의 중요성, 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림책 육아>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좀 더 세심한 권장도서 목록을 바라는 것이, 공교육에 대한, 학교에 대한 엄마의 헛된 욕심인가요? 저희 학교도 도서관 좋습니다. 좋은 책들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좋은 시설을 잘 활용하여 정규직 사서 선생님께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책을 골라주면 가장 좋겠지만, 사실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그렇다면 책을 고르는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를 위해서 적어도 학교가 이런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림책 육아>와 <초등공부 국어가 전부다>를 출간한 것도, 아이의 독서, 국어 교육이 실제 어렵기 때문에, 부모님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출간한 책입니다. 세상은 200km로 가는데, 학교는 20km의 속도로 달린다는 어느 서울시 장학사님의 말만 떠오릅니다. 학교가 부족한 부분은 부모님께서 챙겨주세요.


                                       다음 메인에 소개되었습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오늘은 마음이 참 그렇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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