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그리웠던 도시가 있었습니다. 1999년 첫 해외여행을 유럽으로 다녀왔습니다. 28박 29일을 호텔팩으로 정신없이 쏘다녔습니다. 그 중 스치듯 피렌체에 3시간 머물렀는데, 왠지모르게 다른 도시들보다 길게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2년 후 2001년, 운이 좋게도 다시 유럽에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게다가 일주일간 자유여행을 할 기회까지 생겼습니다. 주저없이 선택한 도시가 피렌체였습니다. 그냥 다시 가야만할 것 같았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다시 가서.. 막연하게 두오모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2001년, 두오모
언젠가는 피렌체와 메디치가, 우피치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 바램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신간 한권이 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바로 사월의 책 출판사에서 두번째로 출간한 책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였습니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우피치 미술관 이야기와 도시 피렌체에 대한 이야기.
미술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저였지만, 우연히 만난 여행자와 함께 갔던 우피치 미술관에서, 그림 한점 한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었지요. 이 책은 앞의 절반이 우피치 미술관의 그림 이야기입니다. 저의 오래된 기억을 마구.. 깨워주었습니다.
2001년, 미켈란젤로 언덕위에서..
2부 도시의 이야기를 통해서 피렌체의 역사와 왜 제가 그렇게도 막연하게 그리워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숨결이 살아숨쉬는 도시였기 때문인가봅니다. 1500년대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도, 어떤 느낌이 있었나봅니다. 다시 찾은 피렌체에서는 3일을 머물렀지만, 첫날은 피렌체 관광을 하고, 둘째날은 시에나에 다녀오고, 셋째날 아씨시를 거쳐 로마로 떠났습니다. 여전히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놓친 많은 부분과 다시 가보고 싶은 곳들이 송송~~ 피어납니다.
본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은 이 구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만난다면 다른 도시로 떠나는 걸 포기하고 눌러앉을 수 있는 것, 그런 것이 바로 여행이다.
제가 여행 중 지키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지금 좋으면.. 남은 일정 취소. ^^
가이드북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그 맛을, 고형욱님의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에서는 마음 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피렌체에 관심있으신 분, 피렌체를 다녀오신 분, 피렌체로 떠나실 분들께서 읽어보시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20대에 느꼈던 유럽은 놀람.. 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유명한 건물들 앞에서 인증샷만 무지 찍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나 여기 다녀옴~~. 이 책을 읽으며 10년에 한번정도는 유럽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씩 더 깊이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한 장소에 머무르며 느끼는 시간도 조금 더 길어질 것 같구요.
이 책 다음 책으로 같은 작가님의 '파리는 깊다'[링크]를 읽고 있습니다. 연달아 책 두권을 읽으며, 고형욱 님의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월의 책 '깊은 여행' 시리즈 3권인 '런던에 빠지다'는 어떤 분께서 집필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기대가 되네요. 오랫만에.. 여행기에 빠져봅니다. 언젠가는 떠날 그 날을 위해.. 책으로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주, 즐겁게 보내세요. :)
이 책의 저자 고형욱님께서는 올 여름 40일동안 중3 아들과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녀오셨습니다. 참으로 부럽습니다. 저도 아이들이 크면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싶은데요, 여행기가 고형욱님 블로그에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
고형욱님 블로그 바로가기 [링크]
* 여행도서 리뷰 모음 *
업무차 떠나는 여행길에 읽은 책 한 권 - 터키 [링크]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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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차 떠나는 여행길에 읽은 책 한 권 - 터키 [링크]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링크]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고형욱 지음/사월의책 2010년 8월 15일 초판 1쇄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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