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예술의 전당에서 있는 전시회[링크]를 보러가기 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에드워드 권이 운영하고 있다는 캐쥬얼 레스토랑 에디스 카페를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주문한 메뉴는 '세이지향이 어우러진 닭가슴살과 호두와 호박잼 그리고 송로버섯 꿀 크림' 과 '돼지고기 안심 코돈블루와 파슬리 크림 사과와 버섯 피클 그리고 발사믹 리덕션'
그 날 먹었던 닭가슴살은 참으로 촉촉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 그리고 그의 레스토랑 레시피가 책으로 나온다는 소문을 들었죠. 레스토랑의 이름과 같은 '에디스 카페'. 3월 출판 예정이라고 들었지만 그 후 시간이 몇달 지나 8월에야 서점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큼직한 판형으로 제작된 책에는 식욕을 자극하는 시원한 사진들이 멋진 솜씨로 편집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에드워드 권이 들려주는 요리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책은 단순히 레시피만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서문에서는 요리와 요리사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담고 있지요. 저는 에드워드 권의 팬입니다. 에드워드 권이 7성 호텔 주방장이라는 얘기가 돌 때만 하더라도 호텔 요리를 맘 놓고 먹을 처지는 아닌지라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얼마 후, 그가 귀국하였고 국내에 레스토랑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케이블에서 방송하는 '예스, 세프'(슈스케의 요리사 버젼이라고 해야 하나?)를 보았죠.
최고의 요리사에 도전하는 12명의 후보들이 선정되고 도착한 후보자들에게 요리를 시킵니다. 식재료들을 함부로 다루고 낭비하는 후보자들은 처음부터 따끔하게 혼이 납니다. 그 다음 미션은 염전에 방문하여 1, 2, 3년간 간수를 뺀 소금을 육안으로 구분하라는 미션이 주어집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미션 하나하나는 요리사로서 그들이 가져야 할 기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책의 중간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돌려깎기 잘하는 법을 알고 싶은가
2~3년 칼질한 요리사와 20년 칼질한 요리사의 차이점은 미세한 정교함에 있다. 20년 경력의 요리사가 음식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세월의 흐름이 요리사의 성숙도를 높여준 것이다.
돌려깎기를 잘하는 법을 알고 싶은가, 빠른 칼질로 주위를 놀라게 하고 싶은가.
...
(중략)
...
그러나 훗날 돌려깎기로 감자를 깍으라는 것은 기술 연마외에 다른 목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소한 것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 손재주나 잔기술이 아니라 하나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바로 요리사들의 세계에서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접시에 담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한다. 누군가는 분자요리 기법을 사용한 요리가 그렇지 않은 요리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 나는 요리기법이나 테크닉과 같은 기교가 요리사의 평가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테크닉이 좋은 요리사의 기본이 아니라고 믿는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알고, 조리방법에 따른 맛의 변화를 공부하고, 맛의 배합을 연구하는 것이 진정한 요리사로서 성숙해지는 길이다. 기교를 배우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라.
2~3년 칼질한 요리사와 20년 칼질한 요리사의 차이점은 미세한 정교함에 있다. 20년 경력의 요리사가 음식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세월의 흐름이 요리사의 성숙도를 높여준 것이다.
돌려깎기를 잘하는 법을 알고 싶은가, 빠른 칼질로 주위를 놀라게 하고 싶은가.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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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훗날 돌려깎기로 감자를 깍으라는 것은 기술 연마외에 다른 목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소한 것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 손재주나 잔기술이 아니라 하나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바로 요리사들의 세계에서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접시에 담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한다. 누군가는 분자요리 기법을 사용한 요리가 그렇지 않은 요리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 나는 요리기법이나 테크닉과 같은 기교가 요리사의 평가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테크닉이 좋은 요리사의 기본이 아니라고 믿는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알고, 조리방법에 따른 맛의 변화를 공부하고, 맛의 배합을 연구하는 것이 진정한 요리사로서 성숙해지는 길이다. 기교를 배우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라.
기본에 충실하라!
마음골프 숏게임 레슨에서 김헌 선생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골프라는 것도 몸으로 열심히 연습해서 그 연습량이 일정량 누적되어야 뭔가 이루어지는데, 많은 사람들은 연습 안 하고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어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런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에드워드 권도 요리기법이나 테크닉이 요리사의 평가기준이 아니라고 합니다. 식재료 원래의 맛을 알고, 그 맛의 변화와 배합.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결국 자신이 노력하여 하나하나 익혀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방송과 책에서 보는 그의 철학은 저에게는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팬이 되어버렸죠. 부디 그런 정신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 집에서 그의 솜씨를 흉내 내어 보았습니다. '세이지향이 어우러진 닭가슴살과 호두와 호박잼 그리고 송로버섯 꿀 크림'입니다.
에디스 카페에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과 비교해 봤을 때, 엄청 소박해 보이는군요. ㅎㅎ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재료들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던지 생략했습니다. 송로버섯 오일이나 세이지, 아루굴라, 바질 페스토는 대체 어디서 구하죠?
- 책 쟁 이 -
에드워드 권의 에디스 카페 - 에드워드 권 지음/북하우스 2010년 7월 21일 초판 1쇄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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