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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독서 후기

억대 연봉 애널리스트의 살아 있는 세계 경제 체험기

by 예문당 2011. 7. 12.

만약 당신이 하루 100만원씩 버는 소위 잘 나가는 고액연봉자라면 그 자리를 박차고 세계를 돌아 다니며 장돌뱅이가 되실 용기가 있으실런지.



아일랜드 젊은이 코너 우드먼은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에 염증을 느낍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네팔로 여행을 떠났다가 실물 경제에 궁금함을 느낍니다. 고대 상인들은 물건 값을 어떻게 매겼을까? 그 이윤은 얼마나 될까? 답을 얻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바로 직접 부딪쳐보는 것.

집에 돌아온 코너는 책과 직장에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전통 시장에서도 적용 가능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리고 세상의 내노라하는 상인들과 거래하여 이윤을 남기기에 도전합니다.

자신의 거래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첫 상품으로 선택된 것은 모로코의 카펫. 가내 수공업으로 제작하는 카펫을 찾아 싼 가격에 구입해 적정 이윤을 남기는 것이 세상의 상인들에게 도전하는 그의 첫 과제입니다. 믿을 사람 없는 먼 타향에서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첫 거래를 성사시킨 코너. 자신감을 얻은 그는 수단, 잠비아, 보츠와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도, 키르기스스탄, 중국, 타이완, 일본, 멕시코, 브라질을 돌며 말, 와인, 커피, 칠리소스, 서핑보드, 옥, 생선, 목재 등의 상품을 세상의 상인들과 거래합니다. 때로는 큰 이익을, 가끔은 손해도 보고, 48시간중 42시간 일해서 단돈 1740원 밖에 남기지 못했지만 날아갈 듯 한 황홀함도 느낍니다.

6개월간 필자가 세상을 돌며 깨달은 경제의 진실은 그가 생각했던 것처럼 세계는 거대 기업이 모조리 잠식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거대 기업들이 거래하는 거액의 금액도 결국 작은 영세 업체들의 푼돈이 돌고 돌아 만든 총합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 푼돈 거래는 먹고 살기위해 행하는, 말 그대로 먹고 사는 것이 세계 경제의 전부다라고 합니다.

코너는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불황으로 일자리를 잃은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위해 자신에게 효율적으로 투자할 때라고 조언합니다. 앞으로 더 혹독하고 험난한 시기가 닥치지 말란 법은 없다고. 하지만 창조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그런 시기를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제시하면 글을 마칩니다.


오랜만에 읽고 난 후, 뿌듯함을 느끼는 책을 만났습니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온세상을 아는 듯이 얘기하는 탁상공론이 아닌 한 젊은이가 현장에서 온 몸을 던져 체험한 경험을 이렇게 책으로 공유할 수 있음이 행복합니다. 책의 곳곳에서 발견하는 저자 특유의 유머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 줍니다. 거래할 물품을 정하고 도와줄만한 사람을 찾아내는 저자의 능력과 인맥에도 감탄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직장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었겠죠? ^^;

무엇보다 거대자본이 전세계를 휘젓고 다니면서 사고치는 요즘 세상에 먹고사는 그 무엇으로의 경제를 얘기하는 그의 말에 많은 공감이 갑니다. 단지 자신의 부를 불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분들은 자신이 하는 행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ps)
저자가 세계의 상인들과 거래하며 점점 흥정에 익숙해져 가는 모습을 보니 예전에 제가 중국 출장가서 일할 때가 생각이 나더군요. 중국 동료와 함께 현지 시장에서 처음 물건 사는데 상인이 부르던 가격의 1/3 이상을 깎던 모습을 처음 보면서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드는겁니다. '대체 얼마나 바가지를 씌우는거야?'


하지만 거래가 반복 되면서 흥정에 점점 재미를 붙여가던 저는 결국 현지 시장을 둘러보는 것이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정가제가 많이 정착 되기는 했지만 예전에는 이런 흥정의 현장을 우리 삶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요. 불합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 사람 사는 재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 책 쟁 이 -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 10점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갤리온
2011년 3월 25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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