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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독서 후기

강대국의 역사만이 소중한 것일까?

by 예문당 2013. 1. 4.

역사는 살아남은 자들의 기록입니다. 살벌한 투쟁에서 살아남은 자들만이 후대에 기록이라도 한 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역사는 있는 사실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승리자들의 기록이기도 하지요.

           <출처 : Bert Kaufmann's Flickr>

<테이레시아스의 역사>는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활동하는 모임인 '전철에서 책읽는 사람을'에서 활동하면서 알게 된 책입니다. 전철에서 다른 사람들은 무슨 책을 읽나 보고, SNS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댓글이 달리고... 댓글을 읽다 보니 책에 대한 흥미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구입하게 되었는데 구성이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호흡이 짧은 글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하나의 주제로 서술한 조금 딱딱한 책이지 않을까 했는데 말이죠. 머리말에서 보니 저자가 인터넷에 연재한 글들을 엮은 책이더군요. 본문은 크게 2부로 구성이 되는데, 1부는 저자가 사회돌아가는 상황을 역사상의 일들에 비추어 풀어본 글, 2부는 문학작품과 역사와의 접점을 찾기보려 한 글들입니다.

테이레시아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장님 예언자입니다. 그가 장님이 된 이유는 제우스와 헤라가 남녀가 사랑을 할 때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로 논쟁이 붙었는데, 테이레시아스는 남성이지만 여성으로도 7년간 살아 본 경험이 있었기에 제우스는 테이레시아스에게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청합니다. 테이레시아스는 제우스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고 헤라의 미움을 받아 눈이 멀게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를 불쌍하게 여긴 제우스는 그에게 예언능력을 내리게 됩니다. (볼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테이레시아스는 아테나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다가 틀켜 눈이 먼 것으로 나오죠)

남성과 여성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깊은 그 곳까지 이해하기 힘들것 입니다. 테이레시아스처럼 양쪽의 삶을 살아본 사람만이 모두를 이해 할 수 있겠지요. 저자는 역사가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의 내밀한 심층에 대해 살펴보고 사회에 대해 해석해 주는 우리 정신의 무당같은 존재...'라고 머리말에 썼듯이 말입니다.

저자가 입학 시험의 면접 때, 역사학과에 응시한 학생들에게 역사학 책 중에 읽은 책이 있는 가를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대답했다고 하는군요.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못마땅한 뜻을 내비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두 장에 걸쳐 이야기 합니다. <로마인 이야기>의 가치를 깍아내리고 싶지는 않지만 한편 걱정이 되는 대목이기도 하였습니다. 제국의 대표격인 로마를 미화한 책을 이리도 선호하다니,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해서는 그리도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말입니다. 

시오노 나나미의 역사관의 문제점은 이전에 제가 썼던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를 읽고 썻던 후기에서도 살짝 이야기하였는데요.

문명의 충돌?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vs 십자군 이야기[링크]

저자가 강조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넘나들며 우리 삶을 해석해 주는 지혜의 존재로서 테이레시아스'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 뒤에 숨은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할 듯 합니다.   

                                                                                     - 책 쟁 이 -

테이레시아스의 역사 - 10점
주경철 지음/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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