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 전자출판 모임에 참석했다가 선물로 받은 책이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입니다.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에 이슬람의 초기에서부터 근대까지 역사를 아프카니스탄 출신의 저자가 서술하였습니다. 책의 분량이 적지지 않은 이유로 모든 내용을 이야기하기는 힘들겠습니다. 다만 이슬람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저는 오늘 이슬람의 시각에서 본 '십자군전쟁'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095년 이슬람세계가 분열 되어 있던 때에 성지 해방이라는 명분 아래 유럽의 제후들이 함께 콘스탄티노플을 지나 이슬람 세계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분열되어 있었고 중세 유럽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이슬람 세계는 초기에 십자군들에게 패배를 거듭하며 결국 성지 예루살렘을 내 주게 됩니다. 1192년 살라딘에 의해 다시 예루살렘을 되찿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요. 이후로도 작은 원정이 몇번 있었습니다만 200년간을 끌어온 십자군은 흐지부지 역사속에 사라집니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에서 십자군 전쟁이 오늘날 문명의 충돌이라 이야기 하는 시선에 의문을 던집니다. 아래 지도를 보시기 바랍니다. 보라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우마이야 제국(661-737)시절 이슬람의 세력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노란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1250경 이슬람 세력이 지배하던 부분이죠. 십자군 전쟁 당시 이슬람은 보라색에서 조금 더 확장된 영역을 지배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십자군 원정군이 점령했던 곳은 빨간선으로 싸인 안티오키아, 트리폴리, 예루살렘을 잇는 지중해 동부 일부 지역입니다.
<출처 : Introduction to islam>
결정적으로 200년간의 전쟁동안 십자군은 이슬람의 실질적 수도 바그다드나 성지인 메카에는 근처에도 진출하지 못합니다. 초기 성공적인 원정을 하였지만 열세에 있던 병력이 충원 되지 못하면서 다른 지역까지 넘볼 여력이 없었을 것입니다. 당시 이슬람의 사가들은 십자군의 존재를 그리 크게 다루지 않은 듯 합니다. 예를 들자면 일본의 왜구들이 우리나라 남해를 침범해 나부 해안 도시 몇개를 점령했다가 얼마후 물러났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요? 오히려 십자군 전쟁 후에 동쪽에서 온 몽골족은 이슬람 영토를 관통하여 유럽에까지 그 세력을 넓히며 이슬람 세계에 커다란 재앙을 가져다 주시죠.
실제적으로 십자군 전쟁은 이슬람 사회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습니다. 당시 유럽의 문화는 이슬람의 그것에 비해 매우 빈약한 상황이었습니다. 반대로 유럽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지요. 십자군 원정에서 접한 각종 사치품들(차, 설탕, 향신료 등)은 유럽과 이슬람의 교역을 활발하게 하여 이를 중계하던 상인들이 부를 축적하며 사회의 신흥 세력으로 부상하게 됩니다. 이는 르네상스라는 커다란 사회적 변화에 맞이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후에 동방의 진귀한 물건들을 찾아 모험가들이 바다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이 책을 읽고 나니 문득 시오노 나나미가 저술한 <십자군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도서관에서 우선 1권만 읽어 보았는데, 십자군 이야기는 시오노 나나미의 개인적인 상상을 더하여 십자군 원정을 꽤나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분히 유럽인들의 시선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자군 이야기에 등장하는 지도에는 십자군이 점령한 지역만 클로즈업해서 보여줍니다.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십자군 이야기의 남은 부분을 마저 읽어봐야 할 듯 하지만 십자군 이야기는 '십자군과 그에 대항하는 이슬람 세력'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시오노 나나미로서는 십자군 원정에 초점을 맞추어 쓴글이니 굳이 더 큰 의미를 찾을 이유는 없었겠지요.
역사적 사실이 어떤 시각에 의해 서술되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것입니다.
- 책 쟁 이 -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 - 타밈 안사리 지음, 류한원 옮김/뿌리와이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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