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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야기

피디수첩 GMO 라면 편. 무엇이 문제인가?

by 예문당 2017. 6. 15.

우리가 사랑하는 라면 이제 GMO 논란에 섰습니다. - -

이번 피디수첩 'GMO 그리고 거짓말' 편에 대한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의 최낙언 저자의 의견을 옮겨 왔습니다.


1. GMO에 대한 이슈제기

최근 PD 수첩(6월 13일 방송) ‘GMO 그리고 거짓말 편’이 방송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시중에서 많이 판매되는 10가지 라면을 수거해 검사를 의뢰 했는데 그 중 몇 제품에서 GMO가 검출이 되었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들은 GMO 원재료 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GMO가 검출된 것일까? 그리고 방송의 결론은 GMO가 안전하다고 하여도 소비자는 알 권리가 있으므로 GMO 완전 표시제를 실시하여 소비자가 선택할 권리를 줘야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non GMO 원료를 사용해도 수확 운송과정 등에서 비의도적 혼입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3%이하의 혼입은 인정하고 있는데 보통 0.5 ~1.5% 이하로 검출된다고 한다. 현재의 GMO 분석기술은 유전자가 있는지 여부 뿐 아니라 그 함량까지 검사 가능하다. 분석법 중에 PCR기술의 경우 검정 한계는 0.01%로 이것은 콩이나 옥수수 각각 10,000알(3~4Kg)중 1알이 GMO가 혼입되었더라고 검출 가능한 수준이다

방송에서 가장 큰 아쉬움은 GMO 유전자가 검출되었다고 하지 끝까지 그 함량을 밝히지는 않은 것이다. 그 함량을 밝혔으면 인위적인 투입인지 비의도적인 혼입인지 어느 정도 판단이 가능할 텐데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훨씬 아쉬운 것은 관련 식품회사의 대응이다.


2. 식품회사의 회피 전략

식품회사는 설득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그저 소나기만 피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식품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데, 불량식품보다 불량지식에 의한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식품회사들은 불량지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 소통의 의지도 기술이 없는 것도 이유이고 식품회사와 식품의 종류가 너무 많은 것도 그 이유이다. 식품이슈는 식품 전체의 이슈보다 특별한 회사나 그 제품 또는 성분의 문제라, 이슈가 터지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는 곳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인 대응은 없고 개별적인 회사의 대응도 별로 없다. 

자기 회사에 관련된 이슈가 터지면 말해봐야 설득도 안 되고 변명이라고 여길 것이고, 공방하다 더 시끄러워지면 오히려 손해라고 침묵한다. 자기 회사와 무관한 문제는 나설 필요가 없으니 더욱 침묵한다. 또 대응하려 해도 어떻게 설명해야 설득력이 있을지 전혀 알지 못한다. 식품 대기업이라면 CIA를 능가하는 정보력으로 음모도 꾸미고 잘못된 정보라면 회사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대응할 실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현실은 전혀 아니다. 어떻게 언론이나 소비자 단체를 싸워 이길 수도 있겠느냐는 패배주의 또는 싸워 이겨봐야 남는 것도 없다는 체념 밖에 나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침묵하고 의혹의 주장은 진실이 된다.


3. GMO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모든 식품회사는 항상 이슈를 피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합성색소가 위험하다고 하면 천연 색소를 쓰고, 합성 아질산이 위험하면 천연 아질산을 쓰며, GMO가 위험하다고 하면 GMO를 회피하지 그들의 위험성의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GMO는 우리나라 식약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신뢰할 만한 보건 당국이나 과학단체는 모두 기존의 작물과 동등한 안전성을 가졌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의학협회,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 영국왕립학회와 같은 기관이다 그리고 얼마 전 10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GMO 반대 운동을 멈춰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는 GMO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이미 엉터리로 밝혀진 피해사례를 사실로 믿거나, 아직은 피해가 없다고 해도 언젠가 큰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믿거나, 자연에 없는 기술이라 아직 검증의 시간이 부족했다고 믿는 등의 이유에서다. 

사실 과학에 안전성 평가 장치가 있어서 그 기기에 샘플을 넣으면 안전도가 얼마인지 한눈에 명확하게 알려주는 장치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것이 없어서 문제이다. GMO는 육종의 한 기술이고, 그 중에서는 화학물질이나 방사선등으로 유전자를 무차별 변형시켜 원하는 형질이 나오면 선발해내는 돌연변이 육종보다는 유전자의 변이도 적고 이론적으로 훨씬 안전하지만 소비자는 GMO만을 자연에 없는 특이한 조작으로 의심한다. 실제 GMO는 바이러스나 세균에서 나온 기술이고 유전자의 수평적 이동(천연의 GMO 현상)은 자연에 비교할 수 없이 흔한 현상임에도 그렇다


4. 먹는 것에 대한 유난한 조심성은 당연한 것이다.

맬서스는 1798 인구론을 통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언젠가 도저히 식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아직은 육종, 비료, 재배기술의 발전으로 위기를 잘 넘겨왔다. 그래서 소비자는 작물의 형질(유전자)를 개선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육종에 대해서 별로 반감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생명공학기술(BT)의 하나인 유전자의 기술도 질병의 치료나 예방의 관점에서 연구하거나 활용하는 것에는 별로 반감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육종과 유전자 기술(BT)이 결합한 GMO에 대해서는 매우 강한 거부감이 있다. 바로 우리가 먹을 음식이기 때문이다. 사실 음식에 관해 가장 조심하고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태도인데, GMO에 대해서는 그 정도가 지나친 것 같아서 문제일 뿐이다.


5. 우리나라가 특별히 많이 먹는 것도 불투명하게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최대 GMO를 수입국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GM옥수수의 경우 미 농무부의 통계자료(aphis.fa.usda.gov, 2014/15년)에 따르면 일본이 14,656,000MT을 수입하여 최대 수입국이고, 2위는 멕시코 11,269,000 MT, 우리나라는 10,168,000 MT로 3위이고, 4위는 유럽연합은 8,646,000 MT, 5위는 이집트는 7,826,000 MT이다. GM콩은 중국(78,350,000 MT), 유럽연합(13,388,000 MT), 멕시코(3,819,000 MT), 일본(3,004,00 0MT), 대만(2,520,000 MT)의 순이고 우리나라는 약 1,200,000 MT으로 중국의 1/60 정도라고 한다. 수입된 곡물 가운데 식용으로 이용되는 것은 일본이 대략 700만 톤, 우리나라가 약 200만 톤 정도라고 하니 그 또한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GMO 콩이나 옥수수를 직접 식품으로 쓰는 경우도 없다. 2016년 식품의약품안전처보고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5년간 수입된 식품용 GMO는 대두, 옥수수, 유채로 1067만톤 이었다. 이중에서 씨제이(CJ), 대상, 사조해표, 삼양, 인그리디언코리아 등 5개 대기업이 전체 수입량의 99.9%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은 수많은 종류의 GMO작물이 재배되고 사용되는 것을 알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GMO작물은 대두와 옥수수가 거의 대부분이고 약간의 유채가 포함된 정도다. 수입된 대두와 옥수수는 원료 대기업에서 전분당(탄수화물)이나 식용유(지방)에 쓰이지 두유나 두부같이 콩이나 옥수수를 통째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 사용되는 경우는 없다.


6. 왜 GMO로 표시된 가공식품을 찾기 힘들까?

GM작물은 기존의 작물과 동일한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판정되었기 때문에 사용이 승인된 작물이다. 하지만 식품회사는 소비자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자기 제품에 GMO를 표시해야 한다면 절대 쓰지 않는다. 식용유, 전분당과 같이 유전자의 흔적마저 없어서 표시할 필요가 없는 경우에만 쓴다.


7. 완전표시제를 하면 소비자의 알 권리가 충족될까?

GMO로 만든 전분당이나 식용유는 nonGMO로 만든 전분당이나 식용유와 완벽하게 같다. GMO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확인이 유전자 검사법으로 구분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맛, 향, 성분, 기능상으로도 어떠한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구분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가격만 차이가 날 뿐이다.

2~10만개의 식물 유전자 중에 GM기술로 고작 1~2개를 추가하면, 수십만개의 단백질 중에 겨우 1~2개가 달라진다. 탄수화물(전분당)이나 지방(식용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리고 전분당이나 식용유는 분리 정제 분해 과정에서 유전자변형 DNA가 전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전분당이나 식용유가 출처에 따라 성격이나 위험이 다를지 모른다는 생각은 예쁜 꽃이 내는 산소와 미운 꽃이 내는 산소가 다르다는 주장과 아무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식용유와 전분당에 출처에 따라 GMO 표시를 하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식품회사에서는 또 한번 소동이 벌어지겠지만 별로 고민할 것이 없다. 식용유나 전분당을 못 쓰게 하면 문제지만 GMO 대신 non GMO를 구해서 쓰면 그만이다. 단지 가격만 비싸질 뿐 다른 어떠한 검토할 거리도 없다. 혼자만 비싼 것을 써야 한다면 큰 문제지만 다 같이 비싼 것을 써야 하면 별로 큰 문제될 것은 없다. 그리고 원가 상승분은 언젠가 판매가격에 반영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가짜 파동만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는 가짜 non GMO는 없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non GMO가 훨씬 맛있거나 품질이 뛰어나면 좋은데, 단지 non-GMO라는 것을 빼면 아무런 내세울 것이 없고 그것을 입증할 분석 기술도 없다. 그래서 가짜가 끼어들 가능성이 있다. ‘GMO’ 유래의 제품을 ‘non GMO’라고 속이는 것이다. 국내에서 식용유, 전분당 같은 식품기초소재는 생산효율성이 극대화된 장치산업이고 대기업이 생산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GMO 원료를 쓰고 non GMO라고 속이기 힘들다. 종업원도 많고, 퇴직자도 많은데 내부자 고발이 무서워서라도 불법은 꿈꾸지 못하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수입제품이다. 수입상이 외국에서 non GMO 작물로 식용유나 전분당을 만드는지 그 제조과정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므로 수입상을 속여 들어오면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 영세 식당에서 본의 아니게 그런 제품에 속아서 구입하여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라면이 그 인기에 걸맞는 대접을 받아 본 적은 없는 듯 합니다. 싼 가격의 부실한 영양의 대명사로 취급받고 공업용 우지 파동을 거쳐 MSG 논란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GMO 라면이라고 난리네요. 그런데 한 번 곰곰히 돌아 보시길 바랍니다. 그 중에 정말 라면이 문제였던 적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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