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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체면도 염치도 필요없다 - 토끼전

by 예문당 2012. 1. 16.

토끼전, 줄거리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바다속 용왕님의 약으로 쓸 토끼 간을 구하기 위해 자라가 토끼를 데리고 용궁으로 가지만 토끼가 지혜롭게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입니다. 토끼전은 별주부전, 수궁가 등 여러가지 이름이 있는데, 신라시대 김부식의 <삼국사기> 김유신전에 나오는 '거북과 토끼 이야기'가 근원으로 알려져있고, 이본(異本)만해도 70여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토끼전 이야기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토끼전 이야기의 절반밖에 안되었습니다. 용왕님이 병이 나게 된 계기부터 시작해서, 달아난 토끼를 찾으러 다시 육지로 온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토끼가 풀려나게 되는 이야기까지 펼쳐지는데, 글이 참 재미있고 맛깔스럽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8살짜리 큰아이가 책을 들고와서 한 글자도 빠짐없이 읽어달라고 요청해서 읽어주는 중이기도 합니다.


주로 글로 구성되어있고, 간혹 판화로 보이는 그림이 들어가있는 형식입니다. 단순히 꾀많은 또는 지혜로운 토끼라고만 생각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토끼와 자라, 그리고 용왕이나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함께 용궁에 가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별주부(자라)는 토생원(토끼)을 유혹합니다. 유혹에 넘어간 토생원은 사심에 가득차고, 별주부 역시 토생원를 데려가면 나라의 반을 받기로 하였으니 신이 날 수 밖에요. 하지만 용궁에 도착한 토생원은 속은 것을 알게 되고, 용왕에게 간을 놓고 왔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용왕과 신하들은 그 이야기를 믿으며, 육지로 나가기 전에 토생원에게 잔치를 벌여줍니다. 

이 때 용왕이 토생원의 뾰족 나온 입을 가지고 놀리게 되는데, 토생원은 속으로 괘씸하게 여겨 다른 이야기를 꾸며냅니다. 자신과 입맞춤을 하면 부스럼이 낫는데, 요청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입맞춤을 많이 하다보니 입이 나오게 된 것이라며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구요.

이 이야기를 들은 용왕은 토생원에게 귓속말로 은밀히 부탁합니다. 왕비가 부스럼으로 몇달째 고생중입데 입맞춤을 해달라고 말이죠. 토생원은 한번 더 놀리려고 토끼 똥을 명약이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다보니 용궁에 토생원과 입을 맞추지 않은 자가 없었고, 앞다투어 토생원을 초대하고 똥 오줌을 한바가지씩 받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체면도 염치도 마다하는 지배계급에 대한 비아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후에 달아난 토생원을 잡기 위해서 물 속 군대를 총출동 시키는 용왕의 모습에서는 자신의 사적인 용도로 권력을 움직이는 지배계층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어떤 모습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토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면 정치 풍자나 지배 권력에 대한 저항 정신을 볼 수 있고, 자라를 중심으로 이끌면 충(忠)이라는 봉건시대의 전통윤리를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알아야하는 옛이야기가 70여편이 된다고 합니다. 한편, 한편 줄거리만 외우고 지나갈 것이 아니라, 좀 더 깊게 이야기를 만나보며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도 해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옛이야기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이야기 나누기에도 더없이 좋은 도구인 것 같구요. 이 책은 아이들이 읽어봐도 좋고, 부모님이 먼저 읽어보시고 들려주셔도 좋습니다. 우리 옛이야기, 계속 들려드리겠습니다. ^^
 

토끼전 - 10점
이혜숙 지음, 김성민 그림/창비(창작과비평사)
2003년 4월 25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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