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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후기

문학에서 배우는 인생경영 - 윤석철 교수님 강연 후기

by 예문당 2011. 9. 22.

어제 교보문고에서 주최하는 제3회 독서경영포럼이 열렸습니다.


일정 중 꼭 듣고 싶은 특강이 있기에 참석했습니다. 


바로 최재천 교수님의 강의였습니다. 저희 블로그에서도 최재천 교수님 이야기를 두번 소개해드렸었는데요, 직강을 꼭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

포럼은 일정표대로 진행되었습니다. 개회사에 이어 윤석철 교수님의 특강이 1시간동안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윤석철 교수님께서는 '삶의 정도'라는 책을 최근 출간하신 것만 알고 있었고, 어떤 분인지는 잘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멋진 강연을 해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을 생각하며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하고 싶은 것은 시를 이해하는 것인데요, 영시 한편을 1시간동안 풀이를 해주셨습니다. 문학과 인생경영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신 것이지요. 

오늘 교수님께서 소개해주신 시는 'The Oak'입니다.

The Oak     by Alfred Lord Tennyson


Live thy life             그대들 인생을
Young and old!        젊어서나 늙어서나
Like yon oak,          저 참나무처럼 살아가라
Bright in spring,        봄철에는 영롱하게
Living gold.             생동하는 금처럼.
Summer-rich,           여름철엔 풍성하게
Then, and then,        그리고 가을이 되면
Autumn-changed,     가을답게 변하여
Soberer-hued         취기(醉氣)에서 깨어난
Gold again.             해맑은 금이 되라.

All his leaves           그의 모든 잎은
Fall'n at length.        드디어 낙엽으로 지지만,
Look, he stands,      보라! 늠름히 서있는
Trunk and bough,     등치와 가지,
Naked strength.     적나라(赤裸裸)한 힘을! 


강연을 시작하면서 57년이 된 낡은 시집을 보여주셨습니다. 양주동 박사님께 선물받은 시집이라고 하셨는데요, 'The Oak'가 수록된 영시집이었습니다. 윤석철 교수님께서는 72세로 서울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하시고 현재는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로 계십니다.

소개해주신 시 'The Oak'는 중2때 만난 시였는데, 그 때는 Sober와 Naked strength라는 두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셨다고 합니다. 그 뜻을 이해하는데 50년이 걸리셨다고 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보고 이해하는 것, 이런 것이 책, 책의 힘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러면, 위 시에 어떤 뜻이 담겨있는지, 함께 풀이해볼까요? 
우선 위 시를 쓰신 분 소개를 먼저 하겠습니다.
 

알프레드 테니슨 경(Alfred Lord Tennyson,1809-1982)

영국의 계관시인(Poet Laureate). 
계관시인이란 요즘말로 하면 영국왕실 시담당 특별보좌관으로 특별한 날에 시를 지어 올리게 한 직책입니다. 

'The Oak'는 테니슨 경이 82세에 지은 시로, Oak를 4계절에 비유하여 인생을 사색하였습니다. Oak의 봄은 인생의 0~20세, 여름은 20~40세, 가을은 40~60세, 겨울은 60세 이후에 해당됩니다.


Oak를 우리는 '참나무'로 해석하지만, 서양문화 속의 Oak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목재로도 쓰이고 포도주통으로도 쓰이죠. 나무의 왕입니다.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탐구하셨던 시어 '소버(sober)'는 환상/유혹/근거 없는 믿음(myth)에서 깨어나 올바른 정신을 회복한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IMF때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갖고 있던 sober하지 못한 대기업 대우, ENRON 등 16개 회사가 부도났습니다. 위험이 높을 수록 수익이 좋다고 하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축은행 사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하락이나 경기불황은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고요. 그런데 제가 알고 있던 머피의 법칙과 조금 달라요. 머피의 법칙의 원뜻은 이랬습니다. 

머피의 법칙(Murphy's Law)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된다.(If anything can go wrong, it will.)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방치하게 되면, 잘못될 가능성이 늘어나겠죠? 꼬리가 길면 잡힐테니까요. 그래서 인용하신 말씀이 이것입니다.

최선(the best)의 선택보다 최악(the worst)의 회피가 더 중요하다. 

- Karl Popper(1902-1994) 


최근 열렸던 2011 대구 세계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우사인 볼트가 부정탈락한 것도 최선(기록단축)의 선택보다 최악(부정탈락)의 회피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포츠 감독님도 철학을 공부하셔야할 이유가 이런 곳에서 나오죠. ^^
철학은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를 인도하는 진리일 테니까요.

논어에서도 위정편 제4절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논어(論語) 위정(爲政) 제4절

十有五而志于學            15세에 배움에 뜻을 두고
三十而立                     30에 자립(自立)하고
四十而不惑                  40에 유혹에 빠지지 않고
五十而知天命               50에 인간 한계를 알고
六十而耳順                  60에 남의 말을 알아듣고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70에 이르러서는 내 마음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더라 


'The Oak'에서 인생의 가을이 40세에 시작된다고 본다면, sober와 불혹에서 동서양 두 위인의 가르침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40살이 불혹이 아닌 유혹이라는 것이 가슴아프지만요. 

관련글 : 철학으로 보듬는 나의 인생[링크]


이번에는 '네이키드 스트렝스(naked strength)'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인생의 겨울인 말년에 그동안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고도 남아있는 '적나라한 힘'이 무엇일까요? 50년을 물고 늘어지면서 이해하게 해주신 분들은 한국의 대통령들이라고 하십니다.

이승만 대통령 망명,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감옥행. Naked strength가 마이너스인 것이죠. 망명 안가고 감옥 안가신 분들은 Naked strength가 0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존경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옷 벗은 후에도 힘이 남아있는 대통령은 없을까요?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을 뽑습니다.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1890-1970)

대통령직에 있을 때 미래보다 현재를 찾는 프랑스 국민들과 미래지향적 목표와의 갈등으로 하야했지만, 국민들이 다시 나와달라고 해서 대통령을 두번 했습니다. 

오늘을 희생해서 내일을 건설하는 정책을 폈으나 국민 거부로 또 하야하고 부인 이본느(Yvonne) 여사에게 국가 장례식(국장)을 거부하고 육군 중령 장례를 부탁하셨습니다.

이본느 여사도 남편의 유언에 따라 육군 중령장으로 장례를 치루어 관을 장갑차가 모셔갔습니다. 묘비에도 '전직 대통령'이라 쓰는 것을 거부하시고 이름, 생전연대만 넣어달라고 하셨답니다. 전직 대통령 연금도 거부하고 중령 연금을 받으셨대요.

이본느 여사 사후에 국민의 이름으로 '프랑스 대통령' 문구를 넣은 묘비를 헌정,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입니다. 



드골 대통령의 이런 모습이 naked strength죠. 또한, 링컨 대통령의 국립묘지 행사용 연설이 있습니다. 1863년에 한 말,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입니다. 계속 인용되고 있지요. naked strength가 영원한 것입니다. AIDA는 수에즈(Suez)운하 개통 경축용으로 제작되었으나 행사가 끝난 후에도 naked strength로 불후의 명작이 되었습니다. 


인간은 유혹, 환상, 근거없는 믿음 등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sober, 불혹의 교훈이 필요합니다. 인간이 누리고 있는 권력/직위/부모의 도움 등은 일시적인 '옷'에 불과합니다. '옷'을 벗은 후에도 남아있는 힘(naked strength)을 기르는 것이 바로 '삶의 정도(正道)'겠지요.



독서경영포럼 참가자 모두에게 윤석철 교수님 책을 한권씩 주었습니다.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을 정리한 책인데요, 책이 작고 120쪽 분량으로 얇습니다. 50쪽이 강연 내용 정리고, 나머지 부분이 패널 질문과 토론인데요, 아직 그 부분은 읽지 못해서 책에 대한 리뷰는 따로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의 강연 후기는 다음편에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윤석철 - 10점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윤석철 지음/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0년 12월 25일 초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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