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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당 이야기

파검, 흰금 드레스 색상 논쟁으로 본 인간의 시각 시스템

by 예문당 2015. 3. 3.

최근 SNS에 게재된 사진 한장이 전 세계적인 '색깔 논쟁'을 불러와서 화제입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그 문제의 드레스 사진입니다. 잘 찍은 사진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사진인데요. 여러분은 위의 드레스가 어떤 색으로 보이시나요? 파랑과 검정? 아니면 흰색과 골드? 서로 다르게 색을 인지하는 두 부류가 팽팽하게 맞선 상황이었는데요.

미국 과학 전문지 'WIRED'지에서는 이를 'color constancy(색체항상성)'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THE SCIENCE OF WHY NO ONE AGREES ON THE COLOR OF THIS DRESS[링크]

색체항상성이란 사람의 눈은 주변 조명이 달라져도 같은 색은 계속 같은 색상으로 보려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체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저희 예문당에서 출간한 <감각·착각·환각>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최낙언 저자는 <감각·착각·환각>에서 상당 분량을 할애하여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은 눈으로 본 그대로가 아니라 눈에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만들어낸 일종의 컴퓨터그래픽(Computer graphic, CG)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의 본문에서 '지능형 화이트밸런스' 기능을 설명하는 부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나온 카메라는 센서의 성능과 그래픽 처리 엔진이 워낙 좋아져서 자동으로 설정하고 찍어도 어지간하면 잘 나온다. 하지만 예전에는 사진을 제대로 찍기 위해서는 상당한 공부가 필요했다. 햇빛이 풍부한 낮에는 사진이 잘 나오지만 형광등이나 백열등에서는 눈에 보이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억지로 사진을 찍어도 눈으로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색상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눈으로 보면 흰색은 항상 흰색인데 카메라는 상황에 따라 흰색이 달라지는 것이다. 

대부분은 카메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카메라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정직한 화면이고, 우리 눈에 빼어난 이미지 조작 장치가 있는 것이다. 햇빛은 아침, 한낮, 저녁 모두 다르고 조명도 광원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흰색이 빛에 따라 달라져야 정상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뇌는 빛의 상황에 맞추어 언제나 흰색은 흰색으로 피부색은 피부색으로 보이게 한다. 예전의 카메라에는 조명을 감안하여 이미지를 조정해주는 장치가 없어서 빛에 반응한 결과물 그대로 정직하게 찍혔고 흰색이 조명에 따라 누르스름하거나 붉게 찍혔다. 요즘 카메라는 이것을 보정해주는 오토 화이트 밸런스 기능이 있다. 빛의 조명에 따라 결과물을 보정하여 흰색을 흰색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 눈의 화이트 밸런스 기능은 탁월하다. 카메라는 우리 눈을 흉내 내서 화면상의 가장 밝은 부분을 찾아 흰색 부분을 설정해주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색깔들은 상대적인 균형을 설정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 뇌는 대상물에서 순식간에 흰색으로 보여야할 물건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흰색으로 나오도록 보정하는 순간 다른 색들도 자동으로 보정된다. 우리 눈의 자동 색상(흰색) 보정(밸런스)능력을 흉내 내어 카메라에 구현된 것이 오토 화이트 밸런스(AUTO White Balance) 기능이지만 아직은 우리 눈에 미치지 못한다. 이정도 수준도 카메라 회사에서 정말 많은 연구를 거듭한 결과지만 말이다. 인간처럼 물체를 인식하는 기능까지 갖추어야 카메라의 화이트 밸런스 능력은 완성되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설명을 읽고 나니 색체항상성이라는 용어에 대해 어렴풋하게 감이 오시나요? 우리 눈은 상황에 맞춰 색을 보정해 주는 탁월한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이 사람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WIRED의 기사에서 워싱턴 대학의 신경과학자 Jay Neitz가 이야기하였듯이 논란이 된 사진은 이런 개인적인 편차를 극명하게 드려내 주는 예인 것이죠.

이런 논란은 한순간의 논란거리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바로 우리의 감각에 대한 이해를 좀 더 깊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내가 보는 것과 똑같이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뇌는 우리의 감각을 받아 들여 대충 비슷하게 만들어 낼뿐이지 똑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 사람마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시나요? 그럼 고흐가 바라보던 세상도 이해가 갈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는데 과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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