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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야기

축구를 배우기위해 공교육에서 버림받고 사교육을 찾은 이유

by 예문당 2013. 1. 3.

지난 12월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문용린 교육감이 당선되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신문을 보다보니 이런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체력·학습, 반비례 안해… 낮 3시부터는 운동해야" [기사 원문 링크]


기사 제목에 절대 공감합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아이들이 낮 3시부터 운동... 할 수 있을까요? 마침 어제 초등학교 1학년인 큰아이가 동네 축구모임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1월 말부터 주1회 시작하기로 했는데요, 저희 아이가 축구모임에 가입하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남자아이들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 큰아이는 7살이 되면서부터 축구를 배우고 싶어했습니다. 그런데 축구를 배우려면 함께 축구를 할 친구가 필요하잖아요? 제가 살던 동네에는 어린이 축구모임이나 학원이 없었습니다. 축구를 배우기 위해서는 멀리 나가야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방과후 활동으로 축구를 배우기로 하고, 초등학교 입학식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방과후학교에서 "축구"를 신청했습니다. 그런데 수업 첫날, 저희 아이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 나 축구 못해! 못한다구! 형아들이 날 밀었어요!"

저도 축구 시작할 무렵에 학교에 있었는데요, 선생님은 10분쯤 늦게 오시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초등 1, 2, 3학년이 한팀이었습니다. 2, 3학년은 능숙하게 축구복까지 맞춰 입고 축구를 하고 있었고, 1학년 아이들 몇명은 어색하게 함께 선생님을 기다렸습니다. 2, 3학년 형님들이 아이들을 거칠게 다루는 것 같더라고요. 휴우.....


사정을 듣고자 방과후 학교의 축구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은 이랬습니다. 

"그렇잖아도 제가 전화 드리려고 했었습니다. 원래 1회라도 수업을 들으면 환불이 안되는데요, 이 아이는 환불해드리겠습니다."

딩!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학교만 믿고 1년을 기다렸는데, 어떻게 저런 무책임한 답변을... 저희 아이는 그렇게 축구를 시작도 못해본 채.... 축구에 대한 거대한 트라우마가 생겨버렸습니다. 축구하는 아이들 틈에 넣어놓으면 서서 울어요. 

"엄마! 난 축구 못해! 못한다구! 못해 못해 못해!!!"



축구선수가 되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축구공 앞에서 벌벌 떠는 것은 없애주고 싶었습니다. 아직 축구는 시작도 못해본 초등학교 1학년이잖아요. 이사를 오고나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초등 1학년 축구모임회원을 모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였습니다. 확실히 아파트로 이사오니 이전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12명이 함께 축구를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저희 아이 학교는 아직 방과후학교가 없습니다. 지금은 방학중이긴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1시 20분에 끝납니다. 그러면, 초등학교 1학년 12명이 모여서 축구를 몇시에 시작할까요? 과연... 문용린 교육감님의 말씀처럼 3시에 시작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섭외한 축구교실의 경우, 선생님은 오후 4시와 6시 두 타임을 뛰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오후 5시에 축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영어학원에 갔다가 5시에 오는 아이들이 둘 있었거든요. 사람이 여럿이니 시간 맞추기도 어렵습니다만, 운동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3시는 아이들이 학원에 가장 많이 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3시에 놀이터에 가보셨나요? 아이들... 초등학생들? 별로 없어요. 학원가기 전에 잠깐 들를 수는 있겠지만요, 신문 기사에 소개된 것처럼 3시쯤부터 아이들이 옷 갈아입고 모여서 퇴근한 아버지와 해질 때까지 노는 광경은 보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의 보통 아버지들이 해지기 전에는 퇴근을 안하니까요. T.T


팀미팅에서 만난 축구교실 팀장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잘 못하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시작한다고요. 그 아이들이 어느정도 수준까지 올라줘야 잘 하는 아이들도 즐겁게 축구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무척 안심이 되었습니다. 공교육에서는 냉정하게 버림받았는데요, 사교육으로 들어가니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 같아서요. 아쉬웠지만 그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어쨌든 아이는 다시 7살에 처음 축구를 배우고 싶어했던 그 때로 돌아갔습니다.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저는 축구공 앞에서 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축구교실에 등록했지만, 이미 거기까지는 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2년만에 바라고 바라던 사커맘(soccer mom)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감님께서는 사커맘, 사커대디가 많아져야한다고 하셨지만, 현실에서 사커대디의 역할은 태권도 관장님이나 축구 코치님들께서 해주고 계십니다.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정말 힘들고 바쁘거든요. 



엄마, 아빠도 운동.. 해야합니다. 엄마 아빠가 스포츠 활동을 즐겨야만, 엄마 아빠가 스포츠활동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아이만 일일 체험에 보내는 것보다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요. 문용린 교육감님의 말씀에 공감하지만, 현실과는 너무나도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무척 아쉽습니다. 그래서 요청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낮 3시부터는 운동할 수 있는 그런 서울 교육을 꼭 만들어주세요. 


 view 베스트에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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