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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출판 이야기

우리는 왜 맛을 느끼는가?

by 예문당 2013. 6. 27.

올해 초,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를 출간하고 지인에게 선물하였습니다. 얼마후, 다시 만난 자리에서 읽으면 머리가 복잡해지는 책이라는 평을 하더군요. 독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할 의도는 없었는데, G수용체라든지, 뇌구조 부분들이 좀 어렵게 느껴지는가 봅니다. 사실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합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맛을 느끼는 것이다."



6월16일 방송된 SBS 스페셜 '입맛의 역습'편에서 사고로 맛을 잃어버린 사람, 특정 맛을 예민하게 혹은 둔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맛을 잃어 버려 맛을 느끼지 못하니 먹는데 도통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살이 빠졌다고 하고, 쓴 을 예민하게 느끼는 젊은 여성은 야채는 손을 댈 생각을 안 합니다. 단맛에 둔감한 어린이는 초코렛이 포함된 과자를 무더기로 쌓아놓고 먹습니다. 

보기만 해도 물리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방송에서 보여준 사례는 감각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줍니다. 미각과 비만과의 관계로까지 발전시키려고 한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람이 야생에서 수렵, 채취를 하면서 스스로 자급자족을 하던 시절에는 맛과 향을 느낀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이냐 아니냐를 판별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시대가 지나고 사람이 문명화되고 식량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지 않는 시대로 들어서면서 우리는 검증된 안전한 식품만을 선별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각과 후각의 기능은 수렵시절에 비해 그 중요성이 많이 줄어들었지요.

그러나 미각과 후각은 여전히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은 몸이 필요로 하는 음식을 맛있게 느낍니다. 대표적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맛은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탄수화물을 감지하기 위함입니다. 단맛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죠. 모든 동물이 단맛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무색, 무취입니다. 그 중 일부가 분해되어 작은 분자가 되면 비로소 우리는 단맛, 감칠맛으로 느끼게 됩니다. 감칠맛은 단백질, 짠맛은 우리 생명의 모태인 바다물을 감지하기 위해, 신맛은 상했음을 감지하기 위해, 쓴맛은 독을 감지하기 위함이죠. 그 외에 우리가 사과맛, 복숭아맛이라고 느끼는 것들은 사과와 복숭아에 포함된 소량의 향 성분입니다. 

지금은 맛의 시대입니다. 사람들은 맛을 중요시 하고 맛있는 것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닙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 듯 합니다.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지나치게 많이 먹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을 한 때는 없어서 못 먹었던 설탕이 문제네, 지방이 문제네 하면서 그 탓을 돌립니다. 귀했었고 생존에 필수인 소금도 이제는 소리없는 암살자라며 비난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비타민을 찬양하고 우리 몸에 극소량 필요한 성분들을 따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며 떠들어 댑니다.  

우리는 맛과 향으로 음식물의 섭취여부를 판가름하지 않아도 될만큼 충분히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불안을 심어주는 정보들도 많은 세상입니다.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거부하기 힘든 맛의 정체를 알고 불안을 심어주는 정보들의 실체를 올바르게 판단해 보자는 의도로 세상에 나온 책입니다. 

저자의 주장대로 분석은 과학적으로, 음식은 문화적으로 즐기도 충분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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