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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이야기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 '죽음을 앞둔 편지' 화제

by 예문당 2015. 3. 18.

콜럼비아 의대 임상심리학 석좌 교수 올리버 색스가 지난 2월 19일 NYT에 기고한 글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9년전 발병하였던 안암(眼癌)이 간으로 전이되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밝히며 남아 있는 삶을 의미있게 정리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글이었는데요.



올리버 색스는 자신이 경험했던 특이한 증상의 환자들의 흥미로운 사례들를 책으로 엮어내어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 받는 유명 저자이기도 합니다. <감각·착각·환각>에서 최낙언 저자가 올리버 색스의 여러 저작을 인용하여 저에게는 남다른 저자이기도 한데 그 분을 알게 된지 얼마 안되어 이런 소식을 듣게 되니 안타까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최초로 문제가 되었던 눈에 발생한 암으로 인해 경험한 시각 시스템의 놀라운 감각 채움 현상을 올리버 색스는 <마음의 눈>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붕대를 제거한 첫날 밤, 오른쪽 눈에 아메바 같은 검은 얼룩(맹점)이 보였다. 그런데 저녁에 천장을 올려다보았을 때 그 얼룩이 사라져버려서 깜짝 놀랐다. 정말로 사라졌나 싶어서 테스트했더니 아직 있었다. 블랙홀(맹점)이 주변의 천장 색깔을 덮어 쓰고 백색홀로 바뀐 것이었다. 그런데도 구멍은 구멍이어서, 손가락을 가장자리에서 중심으로 옮겨보면 보이지 않는 맹점의 가장자리를 지나는 순간 손가락이 사라져버린다. 정상적인 눈의 맹점이 아주 작다면 내 눈의 맹점은 거대해서 오른쪽 눈 시야 전체의 절반 이상을 덮고 있다. 그렇지만 하얀 표면을 1~2초간 바라보면 완전하게 채워져서 암흑이 하얗게 바뀐다. 

(중략)

이른바 맹점을 채우는 것은 색만이 아니며, 무늬도 같은 작용을 보인다. 내 눈의 맹점이 어떤 힘과 한계가 있는지 실험하는 일은 재미있었다. 단순한 반복 무늬로 맹점을 채우는 일은 간단했다. 내 집무실의 양탄자부터 실험해보았다. 하지만 무늬는 색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10~15초간 응시해야 맹점이 채워진다. 채워지는 과정은 가장자리부터 시작되는데, 연못에 얼음이 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늬는 같은 간격으로 반복되어야 하며,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동일해야 한다. 나의 시각피질은 자잘한 무늬는 별 어려움 없이 채웠지만, 굵직한 무늬는 감당하지 못했다. 따라서 벽돌담에서 두어 뼘 거리에 섰을 때는 맹점이 붉은빛으로 변했지만, 세부 요소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벽돌담에서 5~6미터 거리에 서면 고상한 벽돌 건축물로 채워진다.

(중략)...

언듯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대다수는 무시하지만 누군가는 그 상황에서 깊은 통찰을 얻기도 합니다. 올리버 색스가 깊은 통찰을 얻는 부류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 많이 남지 않은 그의 삶에 부디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그가 TED에서 '환각이 우리 마음에 관해 일깨워주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던 영상을 보며 오늘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눈을 통해 봅니다.

뇌를 통해 보기도 합니다." 

- TED 강연 중에서, 올리버 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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