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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식탐(食探), 음식을 탐구하다

by 예문당 2017. 8. 7.

버터는 한때 심장병의 주범으로 여겨지던 동물성 지방의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쌓인 연구 결과를 검토해 보니 버터와 심장병의 상관관계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동물성 지방이 누명을 벗고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다시 버터를 찾는 이들이 늘은 듯 합니다. 버터와 중쇄지방을 넣어 만들었다는 방탄커피라는 이름의 커피도 등장합니다. 방탄커피를 판매하는 데이브 에스프리의 주장에 의하면 방탄커피가 포만감을 주고 대사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크림을 얹어 먹는 기존의 커피와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는 비만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결과만 보면 그리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실패를 거듭해왔던 수많은 다이어트의 하나로 기억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식품 관련 정보가 우리의 판단을 어렵게 합니다. 무엇이 몸에 좋네, 나쁘네. 그런 이야기가 일관성이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같은 음식을 놓고도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습니다. 

마트 선반에는 냉장, 무가당, 유기농, 천연, NFC 꼬리표를 달은 수많은 제품들이 자신이 좋은 오렌지 쥬스라고 알리려고 애를 씁니다. 무슨 단서라도 찾기위해 포장지를 여기저기 살펴보지만 단서는 커녕 포장지에 쓰인 용어들아 뭔지 알아보기 힘듭니다. 저 용어들이 정확히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약사이며 푸드라이터인 정재훈 저자는 우리 생활에서 접하는 친숙한 음식들을 탐구합니다. 설탕, 식용유, 밀가루, 버터, 달걀, 주스, 탄산수, 우유, 라면, 소시지, 시리얼, 어묵, 과자 등 24가지 음식에 제기되는 각종 소문들의 진상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합니다. 이를 위해 동원하는 인문, 과학적 기반도 매우 탄탄합니다. 그 탐구의 과정에서 우리의 선입견은 깨어지고 새로운 시각으로 음식을 대할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다수의 음식이 당신 바라는 것 만큼 좋은 것도, 당신이 걱정할 만큼 나쁠 것도 없다는 결론에 실망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음식이란 그런것 아니겠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식에 선과 악을 나루려는 경향이 강한 듯 합니다. 우리 몸에 좋으면 좋은 음식, 나쁘면 나쁜 음식. 하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들 중에 사람의 먹이가 되기 위해 태어난 녀석들은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인류가 생존한 이래 먹을 것을 찾아 투쟁해온 숱한 역사의 흔적이 담겨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는 목숨을 잃기도 했을 것이고 많은 시행 착오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위험요소들을 제거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을 것입니다. 

"의식주에서 유독 음식에 대한 생각은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건강을 위해서는 깨끗하고 채광이 좋으며, 온도조절이 원활하고 통풍이 되는 집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최소 조건을 넘어서는 집이 건강에 더 좋은건 아니다. 건강에 필요한 최소 조건을 갖춘 의복이 반드시 비싸야 할 이유는 없다. 먹어서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에 음식과 건강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까다로운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건강에 필요한 음식의 기준이 복잡하고 어려워야 할 이유는 없다. 최소한의 조건만 맞추면 된다. 많은 사람의 생각과는 달리 그 최소한의 조건이 반드시 무설탕, 유기농, 무첨가물, 천연 식품인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옷, 최소한의 집과 마찬가지로 최소한의 영양 균형을 맞춘 음식이면 충분하다."

- <식탐>, 정재훈

음식은 부족함이 채워지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좋다고 하는거 더 먹어봐야 문제가 생깁니다. 현대 인류의 고민인 비만이 그중 하나 아닌가요? 이제 음식에 대한 과도한 걱정도 기대도 줄이시고 즐겁게 적당히 드시면 좋겠습니다. 음식은 약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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