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은 요리에서 가장 기본이 수단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사람에게 불을 전한 벌로 매일 독수리에게 간을 먹히는 끔찍한 형벌을 받습니다만 불을 전해 받은 인류는 음식을 익혀 먹게 되면서 소화의 부담을 덜고 음식으로부터 더욱 풍부한 에너지를 얻어 야만의 삶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재료에 열을 가하면 분자들은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서로 충돌하여 새로운 물질들이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요리에서의 화학반응입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화학반응은 더욱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이러한 화학 반응의 결과로 원래 재료에서 느낄 수 없던 새로운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요즘 우리가 즐기는 불맛도 이런 반응의 한 종류이죠. 커피 로스팅도 180도 이상으로 열을 가하면서 새로운 풍미물질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주방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음식 재료와 불로서 새로운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화학자가 됩니다. 사람들은 화학이라는 용어만 들으면 거부감을 느끼고 화학과 자신 사이에 선을 그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도, 먹는 음식도 화학 물질입니다. 섭취한 음식은 소화기관에서 분해된 후 흡수되어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도 만들고 물질도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의 많은 부분에서 화학이 관여합니다. 화학은 근현대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때문에 새로이 나타난 존재가 아닙니다. 화학은 우리 인류가 세상에 나타나기 이전에도 존재했고 우리 인류가 멸망한 후에도 존재할 우리 삶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의 저자 이강민 교수는 낮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저녁에는 실험적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과학자입니다. 저자는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물리, 화학, 생리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냅니다. 평소에 무심하게 지나치는 부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물리, 화학,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교과서에서나 배우던 지식들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우리 실생활에서 이렇게 적용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으니 말입니다.
후에 저자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과학하는 요리사는 어떤 요리를 내놓을지 기대가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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