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인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살아오며 과학은 포기했다는 사람들을 숱하게 목격한지라 제목을 보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 그리 되었으면 좋겠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우리가 역사적인 인물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권력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살아있는 동안 나라를 잘 다스린 이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이도 있었을 것입니다. 때로는 폭정을 일삼고 사람들을 전쟁으로 고통받게 하고 외세에 침략에 너무도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 그들을 우리는 너무도 잘 기억합니다. 그러나 우리 삶과 더욱 밀접하고 큰 영향을 주었던 발견과 발명을 한 이들을 우리는 잘 모릅니다.
질소는 농사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살리기 위해서는 땅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질소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질소는 대부분이 질소 두 원자가 3중 결합을 하여 매우 안정적인 형태로 존재합니다. 질소는 공기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매우 흔한 물질이기는 하지만 식물은 이를 그대로 사용하지 못합니다. 질소를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어야만 합니다. 이전에는 퇴비, 콩뿌리에 기생하는 박테리아의 도움을 받아왔지만 폭발적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이것으로 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위기감을 느낀 이들은 진지하게 질소를 고정하는 기술의 개발에 착수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행 착오 끝에 가능하였습니다. '하버-보슈 공법', 질소 고정 기술을 개발하는데 역할이 컷던 두 인물의 이름이 붙여졌는데요. 질소 고정 기술은 상용화 이후에도 생산 공장의 폭발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는 위험한 공정이기도 하고 현재에도 세계 에너지의 1% 이상을 질소 비료를 생산하는데 사용할 정도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산업이기도 하지만 비료 생산은 우리 인류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일입니다.
유럽의 종교개혁에서 사람들은 마틴 루터를 기억하지만 인쇄술이 없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과학과 기술은 우리 삶에 지대한 역할을 미칩니다. 그것을 발견하고 개발한 사람들과 세세한 내용까지는 알고 있을 필요는 없더라도 감상은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세계 거장들의 예술작품과 같은 작품을 만들지도 그 기법에 대해 세세하게 알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듯 말이죠. 그리고 과학과 기술을 이해하는 일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 19와 관련하여 너무도 많은 '~카더라'는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합니다. 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건강정보 또한 이권에 연류된 사람들의 왜곡으로 무엇이 맞는 이야기인지 구분하기는 매우 어려운 현실입니다. 수많은 정보 중 올바른 정보를 취사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과학적 지식과 소양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과학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이 책의 저자는 이공계 출신도 아닙니다. 책의 중간 중간 다 알고 쓰는 것도 아니라는 솔직한 고백도 등장합니다. 이제 답을 외우고 시험을 치르고 정답을 맞춰야 할 과학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즐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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