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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문당 - 함께 만드는 책 놀이터
교육 이야기

엄마는 없고, 선생님만 있다?

by 예문당 2012. 3. 20.

새학기가 시작된지 2주가 지났습니다. 8살 큰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5살 둘째아이는 유치원생이 되어 모두 단체생활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도 새로운 생활에 점점 적응하고 있습니다. 엄마도 슬슬 마음이 놓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안합니다. 초등학생이 된 큰아이에게 뭐라도 시켜야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구입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갖고 있지만, 아직 학교에서는 교과서 배부도 되지 않았습니다.학교 적응단계로 학교에서도 교과서로 수업하지 않고, 우리들은 1학년이라는 책자로 아이들 적응 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지난주,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아이가 해가지고 온 것입니다. 아직은 선긋기 등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도 부담없을 내용들입니다.

아직은 괜찮지만, 교과서에서 언제 어려운 내용으로 점프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좀 있습니다. 제가 아는게 더 많아서 힘들다고 해야할까요? 아이는 4교시 수업 후, 점심을 먹고 12시 40분이면 집으로 돌아옵니다. 유치원보다 훨씬 빨리 돌아오죠. 아이를 놀리면 안될 것 같은 느낌, 학원은 안가더라도 집에서 엄마표로라도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저를 압박합니다. 저희도 엄마표로 시킬만한 것들이 여러가지 있긴 하니까요. 



사교육비가 힘들다면, 엄마가 선생님이 되라고 합니다. 과목도 다양합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엄마표로 검색을 하면 80여종의 책이 검색됩니다. 이런저런 책들을 합하면 100종도 넘습니다. 엄마는 논술, 영어, 수학에서 시작해서, 음악, 미술, 예체능에 요리까지.. 엄마에게 요구하는 것도 참 많습니다.


여러가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가 아이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무척 지친 표정이더라구요.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힘이 드는 것인지, 학교에 다녀오면 큰아이는 힘없이 쇼파에 앉아 있습니다. 그냥 집에서 쉬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두돌 지나고 낮잠이라고는 안자던 둘째아이는 유치원에서 1시 45분에 돌아오는데도, 오후에 낮잠을 잡니다. 아이들이 적응하려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나는 사감선생님 노릇만 자처한 것은 아닐까? 엄마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걸 잊고 지내는 것은 아닐까?


휴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집은 휴식 공간이지요. 남편도 늘 주장합니다. 집에서만은 편히,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해달라고요. 그런데 엄마, 아내인 저는 참으로 불안합니다. 그야말로 남편과 아이들이 노는 꼴을 보고 있는 것이 참으로 힘겹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효과는 없는 잔소리가 되고 말고요. 

남편이, 아이들이 집에서 너무 잘 쉬어서 직장이나 학교에서 신나게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게 아내, 엄마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전업주부로 산지 8년인데, 제 역할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에는 저도 조금 참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쉬엄쉬엄 잘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공부에 때가 있지만, 공부에 우선순위도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공부는 뒷전이 됩니다. 아이가 건강해지면? 그 때 다시 슬그머니.. 공부 욕심이 생깁니다. 학교 공부 뿐만이 아니고, 인생 자체가 공부죠. 엄마가 선생님 역할도 하는 것은 좋지만, 선생님 역할만 자처한다면, 스스로의 자리를 포기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며칠 사감선생님 같은 엄마보다는 편안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더니, 아이 표정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이제 정말 슬슬 뭔가 시작해도 될 것 처럼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제 그릇을 넓히고, 더 큰 품으로 저희 가족들을 품어주고 싶습니다. 우리집은 가족들에게 편안한 공간인지, 혹시 내가 그걸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가족안에서 잘 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있겠죠. 그렇다면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해도 잘 할 수 있지 않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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