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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이야기

참고서 할인율 축소담합? 이걸 담합이라 할 수 있을지?

by 예문당 2013. 1. 9.

얼마전 대형 참고서 출판사 4곳이 할인율을 담합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총 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는 뉴스가 보도 되었습니다. 

공정위, (주)천재교육 등 4개 학습참고서 출판사 담합 적발[링크]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같은 논조로 참고서 출판사를 질타하며 참고서 구매 가격 상승의 죄인으로 몰아가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담합으로 볼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담합'을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면 '기업(사업자)간에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이나 생산 수량, 거래 조건, 거래 상대방, 판매 지역을 제한하는 것이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대로 해석을 한다면 담합이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인율을 제한해서 출판사에게 돌아갈 이익은 무엇일까요? 출판사들이 할인률을 제한한다고 출판사가 서점들에게 공급하는 가격이 올라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결국 서점에서 얻는 매출은 같다는 이야기죠.

그럼 왜 참고서 출판사들은 왜 이런 담합을 했을까요? 기사를 잘 보시면 '출판사들의 할인율 제한 담합에 관여한 (사)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서련)는 시정명령을 받았다.'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라는 단체가 담합에 관여하였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고 합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말이 거창하지 실은 전국 중소서점, 즉 동네서점 주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단체입니다.


          <출처 : original76's Flickr>

요즘 책 동네서점에서 사 보시나요? 동네서점 가끔 들려서 보면 매장의 절반이 참고서 류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동네서점들은 참고서라도 팔아서 유지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그 참고서마저도 출판사들로부터 비교적 싸게 책을 공급받을 수 있는 온라인서점, 마트들과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결국 동네서점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참고서 출판사들에게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할인율을 제한해달라는 요청을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그럼 조금 더 나아가 생각해 보겠습니다. 요즘 참고서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그러나 한편 제 값주고 사는 사람은 바보 취급 받습니다. 소비자들은 한푼이라도 더 싸게 파는 곳을 찾아 사이트들을 돌아다닙니다. 그럼 그렇게 싸게 파는 곳은 손해보고서 파는 것일까요? 이들은 참고서 출판사로부터 더욱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받습니다. 적정 수익을 내지 못하는 출판사는 가격을 올려 낮은 공급가에 물건을 공급해서 생기는 손실분을 보전하려 할 것입니다.

예전에 아이스크림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지요. 그래서 소비자들은 아이스크림을 싸게 사먹을 수 있었나요? 정가를 두배로 올리고 너도나도 50% 할인이 판을 쳤지요.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조치는 개인적으로는 유감입니다. 담합이 있던 것은 사실이나 이런 담합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했어야하지 않았을까요? 불합리하게 꼬인 도서 유통체계의 개선말이죠. 소비자들도 당장 책이 비싸다, 할인 얼마 해주니 싸게 산다고 좋아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책값이 올라가는 근본 이유에 대해 잠시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참고서 출판사가 나쁜 놈이라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가운데 참고서 출판사를 옹호하는 글을 쓴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라도 개인적인 소견을 피력해 봅니다.

                                                                                                    - 책 쟁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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