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혼돈 그 자체였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특한 제목의 이 책이 인터넷 서점 과학 분야 순위에 집입했을 때, 무슨 내용인가 궁금하여 머리말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머리말만 읽어서는 무슨 책인지 도무지 예측이 되지 않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문체는 아니라서 그렇게 마음에 담아 두고 시간은 흘러...

저희 편집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이 책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생각난 김에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왜 이 책이 과학책일까?"라는 궁금증 하나로 말이죠.

인생의 혼돈에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저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의 삶의 궤적을 쫓습니다. 인생 전부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절망적인 사건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그의 삶이 저자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던 듯 합니다. 소년기, 청년기를 거쳐 스탠퍼드 대학교의 초대 학장(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 맞습니다)이 되는 과정까지도 저자 집필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어서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더군요. 그래도 읽기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기로 하였습니다.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겉보기와는 달리 그리 존경할만한 인물은 아니었고 그가 저질렀던 악행들이 하나 둘 드러납니다. 결국 데이비스 스타 조던에게서 답을 찾으려고 한 저자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나 싶더니 의외의 곳에서 구원이 찾아오더군요.

사람들은 포유류와 물고기를 매우 다른 종이라고 여기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하여 얻은 결론은 물고기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물고기는 포유류와 가깝고 버섯, 곰팡이(균사체)는 식물보다는 동물에 가깝다고 합니다. 과학적 진실은 사람의 직관을 거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행하여졌던 과거의 수많은 뻘짓에 대해 애도를 표해야겠네요. 다윈의 진화론을 열등한 존재들을 탄압할 구실로 자신들 편한대로 끼워 맞추었던 '우생학'도 말이죠. 물고기는 없다는 사실에서 저자는 일생을 물고기를 수집하고 분류하며 우주의 질서를 파악하려고 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게 복수감이 들었던 동시에 자신을 옭아매던 생각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던 깨달음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은 생명을 요렇게 분류한다고 하네요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나의 결론은 "이 책이 과학책이라고 할만한 요소가 있구나"였습니다. 그러나 이 책이 과학책이면 어떻고 에세이면 어떻겠습니다. 분류가 뭐 그리 중요할까요. 우리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주는 책이면 되는 것이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저/정지인 역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경이로운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여러 언론 매체에서 ‘2020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할...